올 6월 10일 노환으로 별세한 극재(克哉) 정점식 화백의 추모 전시회가 22일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극재 선생은 한국 추상회화의 한 축을 이룬 중요한 작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2004년 올해의 작가 : 정점식'전을 열기도 했다. 원로 작가를 조명하는 '올해의 작가'전에서 극재 선생은 권옥연, 전혁림, 한묵에 이어 네 번째로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대구에서는 구상과 추상의 대립에서 후자의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비로서 존재하며, 이외 지역에서는 그저 저명한 지역 작가 정도로 소외된 채 남아있는 면이 없지 않다"며 "어떤 평가도 작가 정점식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아울러 "생에 있어서도 작품에 있어서도 '관객 없는 곳에서의 외줄타기'를 일생 동안 유지했던 작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평형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재 선생은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상 회화를 독창적으로 파헤쳐 들어가면서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영역을 넓혀왔다. 고인의 작품은 당대 서구의 회화 사조를 풍성히 수용함과 동시에, 한국적인 소박함과 구성미를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재능과 인품은 화가로서뿐 아니라 수필가와 교육자로서도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에 타고난 재능을 가졌지만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라는 역사적 요동에 맞물려 대학에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남다른 자질과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구축하고, 또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계명대 미술대학 설립에 큰 역할을 맡으며 수많은 후학들을 배출했다.
극재 선생의 타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추모 전시회에는 그가 가장 왕성한 창작욕과 예술적 영감을 표출하던 시기로 평가받고 있는 1980년대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이 주로 선 보인다. 출품작들은 개인 소장가들 및 유족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비롯해 갤러리 분도가 소장 중인 미공개 작품들 중 엄선한 것들이다. 아울러 갤러리 분도는 이번 전시에서 극재 선생과의 인터뷰(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팀장)와 주요 작품 활동이 담긴 영상을 제작했다. 고인의 작품 세계를 간추린 이 DVD는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
갤러리 분도 박동준 대표는 "극재 선생님을 평생의 은사로 모셨고, 스승에 대한 예우로 이번 추모 전시를 기획했다"며 "상업적인 동기에서 기획된 전시가 아닌 만큼 작품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053) 426-56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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