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발전은 산업 생산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였으나 기계는 맨-머신(man-machine) 시스템이라 인간의 노동이 결합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로봇은 이러한 한계를 일거에 해결했다. 노동자처럼 임금 인상 요구는 물론 잔업 거부나 파업도 없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생산수단의 확보는 경제 발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향후 노동력 부족의 심화 또한 크게 우려되므로 제조업 생산 공정이나 서비스업에서 자동화 및 로봇화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 노인 재활 지원, 경비, 재해 대응 등을 포함하여 폭 넓은 분야에서 차세대 지능형 로봇의 산업화가 요구된다. 지능형 로봇 가운데 하나인 아시모는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 로봇인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온 세계인의 뇌리에 기술의 혼다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브랜드 이미지인 것이다. 그 수혜는 혼다뿐만 아니고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에도 돌아간다.
세계 로봇시장은 현재 급성장하고 있으며 2015년에 그 규모가 6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미국, 일본, EU를 비롯해 중국도 로봇 개발에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로봇산업은 현재 70%의 세계 시장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조업용 로봇의 부품산업도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고 로봇생산업체 수, 생산 규모 등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원천기술의 보유 수준이 매우 낮다.
최근 정부는 로봇 가운데서도 외부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소위 지능형 로봇산업을 17대 신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지정하면서 기술개발사업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2013년에 로봇산업 3대 기술 강국으로 올라서는 목표를 정했다.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 정책은 비단 정부만의 구호는 아니다.
로봇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포항, 부천, 대전 등에 지능로봇 연구와 산업화를 위한 거점기관이 설치되는 등 2004년 이래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 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러 원인이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낮은 가격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지능형 로봇의 시장은 크게 개인 서비스용과 전문 서비스용으로 나누어지는데, 대기업과는 달리 그간 많은 중소기업이 개인 서비스용 로봇산업에 진출해 왔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 대비 개인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를 보면 상대적으로 고객 요구 수준이 훨씬 까다롭고 어려우며 적정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객의 요구가 비교적 덜 다양하고 한정된 특수기능을 요구하는 전문 서비스용 제조업 로봇시장에 진출하였던 많은 대기업은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에 초기 시장 단계인 개인 서비스용 로봇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경우 지금껏 청소로봇 이외에 성공한 것이 별로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는 수술, 재활, 우주 탐사, 정찰 등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장을 대상으로 전문 서비스용 로봇에 주력한 결과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휴머노이드와 애완용 로봇을 개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서비스용 로봇시장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미래의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쉽게 예단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들 양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화가 시작된 지 50년 가까이 우리는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제 일본과 대등하거나 앞서는 산업이 꽤 많아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미래의 신성장동력인 로봇 분야에서도 반드시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수익 창출이 확실한 전문 서비스용 로봇에 역량을 집중하되 개인 서비스용 로봇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겨울이 와야 솔이 푸른 줄 알면 때는 늦다.
권오준(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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