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로 지원한 A씨는 7월 말 부산에서 대학동창생들을 만났다. 스포츠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지만 2년 뒤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각 팀 성적과 선수들의 면목을 줄줄 꿰고 있는 친구들이 육상은 칼 루이스 이후 100m 세계기록 보유자가 누군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회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은 대회관련 정보조차 접하지 못했다고 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를 벗어나면 무관심 그 자체다. 대구 시민들조차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직위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처럼 세계적인 육상스타가 탄생하길 기대할 뿐, 시민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일 홍보전략마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이름은 외워도…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데다 마라톤을 빼고는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육상은 국민의 관심 밖 분야다. 조직위원회도 2011년까지 어떻게 육상 붐을 일으켜야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독창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관심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상당수는 대구에서 2011년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은 알지만 정작 어떤 대회인지, 대회일정이 언제며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고 있다. 정모(45·서구 비산동)씨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실제 대회를 유치한 대구시청에는 대회 엠블럼조차 내걸리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부, 타시도, 외국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시청을 방문하지만 2년 뒤 열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홍보는 뒷전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만 벗어나면 2011 대구대회 정보를 얻기란 더욱 어렵다. 대회 개최 홍보 안내판은 서울역과 인천공항 단 두 곳뿐이고 대회를 안내하는 홍보물조차 배포가 되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육상관계자는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평창의 경우 몇 년전부터 한여름 강원도 동강에 래프팅하는 관광객들에게 안내책자를 나눠주며 대회유치를 홍보했다"며 "대회가 2년밖에 안 남은 대구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고 했다.
◆텅 빈 경기장 되나?
그러나 조직위는 느긋하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교육청, 기업 등과 협의해 1개 기업, 1개 학교 1개 섹션(오전 및 오후 경기)보기 운동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홍보 등으로 관중 동원에 차질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관중석을 채우는 일은 만만찮다. 대구스타디움의 공식 좌석은 6만6천422석. 조직위는 이 가운데 사석(관람이 어려운 곳)과 초청석을 제외한 4만5천석 정도를 유료 관람석으로 잡고 있다. 개·폐막식을 포함해 대회가 열리는 기간은 9일. 하루 4만5천석씩 대회내내 만원 관중을 채우려면 41만4천명이 스타디움을 찾아야하는 셈. 하지만 육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 저하와 초라한 성적은 만원 관중석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 더구나 입장권을 사서 관람해야하는 유료대회여서 홍보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시민 김우현(37)씨는 "지금과 같은 무관심이라면 그 넓은 대구스타디움을 어떻게 채울지 의문스럽다"며 "대회가 시작되면 학생, 공무원, 기업인들이 경기장을 메우기 위해 강제동원될 게 뻔하다"고 했다.
실제 조직위가 마련한 육상 붐 조성도 미숙함만 드러내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6월 2011대회를 알리겠다며 4억5천만원을 들여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경북 시도민 육상대회'를 열었지만 예산낭비 비난만 받았다. 생활체육인들의 아마추어대회로 육상에 대한 관심높이기는 실패했고 대회내용마저 도마위에 올랐다. 참가단체(18개 시군, 4개 교육청)를 초청하기 위해 예산의 절반가량을 썼지만 부정선수 참가 등으로 얼룩졌고, 경기내용보다는 유명 연예인 초청공연과 경품행사와 같은 흥미 유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치른 2008 대구국제육상대회 역시 관중동원을 위해 각급 학교 등에 무려 30만장의 무료입장권을 뿌렸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만5천여명에 그쳤다. 이 대회 역시 인기가수 초청과 승용차 경품을 내걸었다.
더욱이 대구시와 조직위가 자발적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지난 3월 만든 '문화시민운동협의회'가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활동이 잠정 중단상태다. 국민의 대회 지원 활동 참여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위원회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및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지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지원 근거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예산안 지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박현권(체육교육과) 교수는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없이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없다"며 "조직위가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에만 치중하지 말고 지역 체육교사들을 활용한 학생들의 육상관심 높이기와 함께 각종 육상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육상의 이해를 높이고 재미를 전해줌으로써 시민들이 육상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아이디어 개발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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