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못다 쓴 첨단의료복합단지 이야기

지난해 5월 13일 매일신문은 '의료복합단지 대구경북 유치 물먹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초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아시아 최고 역량을 갖춘 의료 R&D 허브로 만들기 위해선 신약'의료기기개발'임상단지 조성 등을 집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단일지역에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상태였다.

하지만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정부 부처내 분위기가 신약개발, 첨단의료기기 등을 지역별로 나누는 '분산 배치'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래서 '분산으로 가고 있는데 그러면 대구경북 유치는 물건너간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당연히 서울에서는 난리가 났다.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본지는 아마도 분리 지정 움직임을 가장 먼저 보도한 매체로 생각된다.

정부의 분리 지정 움직임은 결국 올해 초 담당 부처에서 가시화됐고 신약개발은 충북 오송, 의료기기개발은 강원도 원주가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본지의 보도가 사실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정부내 일부 관료들의 이런 행동은 대구경북의 강한 반발과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고 정부는 당초대로 단일지역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으로 결론 맺었다. 대구경북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구경북의 손만 들어주지 않았다. '세계적인 의료허브 구축을 위해 단일단지가 돼야 한다'는 그동안의 논리를 간단히 뒤집어버리고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며 복수단지로 지정을 해버렸다. 평가단 평가에서 '압도적인 1위'를 했는데도 '공동 2위'를 한 지역과 동일하게 취급한 것이다. 복수체제로 가려면 분리 지정 움직임을 철회할 때 했어야지 뒤늦게 이렇게 결정한 것은 분명 온당치 못한 행위이다.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비난과 한치 앞도 못 보는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에 유치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최고 역량을 갖춘 의료 R&D 허브'로 만드는 일은 이제 우리 몫이 되어버렸다. 당장 예산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부는 당초 단지 조성에 5조6천억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복수 지정으로 인해 엄청 부족하다. 어떻게 늘리고 압도적인 1위 지역답게 얼마나 갖고 오느냐 하는 것은 우리 노력에 달려 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연구소와 기업들을 모셔 오는 일도 시급하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운영할 의료산업진흥재단 출범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구경북의 신성장동력 창출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몸바쳐 헌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계의 화합'양보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모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다.

따지고 보면 못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봤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따냈지 않는가.

그동안 우리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잡질 못했다. 늘 뒤따르기만 했다. 자기부상열차사업이 그랬고 로봇테마파크가 그랬다. 중앙정부의 의사 수집 과정에 근접조차 못했으니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면밀한 계획을 세워 준비를 마치면 항상 뒤쫓아가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출발은 늦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구시'정치권'의료계 등 모두가 뭉쳤다. 이한구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주도해 지역의 장점이 반영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고, 대구경북연구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시의원들도 한몸이 돼 움직였다. 대구보건의료협의회, 대구약사회도 수장들이 서울에서 살다시피하며 정부 관료 설득과 기업체 유치 약속 받아내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경상북도의 물심양면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이긴 하지만 소재지가 대구에 있어 경북도의 힘이 빠질 수 있는데도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 아래 똘똘 뭉쳤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자세로 나간다면 남아 있는 영남권신공항, 연구개발특구, 국가산업단지 조기 조성,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등 과제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번만큼은 정말 대구경북이 자랑스럽다.

최정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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