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후면 광복절(光復節)이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피와 땀으로 나라를 되찾은 역사적인 날이지만 해가 갈수록 광복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조명은 퇴색하는 느낌이다.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던진 애국지사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되새기고 본받아야 할 것이다.
◆항일독립운동의 중추, 대구경북!
항일독립운동에서 대구경북을 빼놓고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 선정 독립 유공자 1만1천여명 가운데 지역출신 인사가 2천여명에 달한다. 전국 시·도에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왕산 허위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의병운동에서부터 국채보상운동, 대한광복회 등 항일독립운동에서 대구경북은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처럼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선 대구경북의 애국지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 대구 망우당공원에 있는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다. 이 탑은 2006년 6월 15일 건립됐다. 전국에 세워진 항일독립운동기념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 탑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호국의 전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탑을 건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단체가 사단법인 대구·경북항일독립운동기념탑건립위원회다. 위원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10년 전인 1999년이었다. 이 해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에 당시 권준호 광복회 대구경북연합지부장을 비롯한 뜻있는 지역 인사 120여명이 광복회관 2층 강당에서 항일독립운동기념탑건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 및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초대위원장에는 당시 박찬석 경북대 총장이 추대됐다.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운 기념탑.
2001년 국가보훈처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승인받아 법인등기를 한 위원회는 같은 해 3월 광복회관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같은 해 5월엔 정관 당시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이 2대 위원장에 추대돼 기념탑 건립에 박차를 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망우당공원 광복회관 서편 부지로 기념탑 건립 장소를 확정한 위원회는 시도민 성금 모금운동을 통해 10억원에 이르는 건립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관 위원장은 "대구경북의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널리 알리고 시도민과 후손들에게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준다는 기념탑 건립 취지에 공감한 시도민들이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성금을 낸 시도민이 10만여명에 달했다.
시도민의 성금에다 국비 15억원, 대구시비 15억원, 경북도비 10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들여 기념탑은 착공 8개월 만에 완공됐다. 기념탑 건설은 애국지사 후손인 우대현 회장이 경영하는 조일건설이 맡았다. 정 위원장은 "광복 후 60년이나 되는 시점에 독립운동기념탑을 건립한 것은 애국선열과 생존지사에 죄송한 일"이라며 "하지만 역사적 기념물을 만들어 후세에 정신적 지표로 남겨주게 돼 마음이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나라사랑의 교육장으로 활용되어야"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은 45m 높이의 탑 외에 전시관(450㎡)과 광장 및 조경(4천582㎡) 등을 갖췄다. 특히 지역출신으로 항일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1천800여명의 이름을 새긴 선열 명각대 등이 만들어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기념탑에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가 담겨 있다. 탑의 높이가 45m인 것은 어떤 역경에서도 산다는 뜻(사오)과 함께 광복된 해인 1945년을 상징한다. 탑이 동쪽으로 향한 것은 일본을 향해 준엄하게 경고하는 뜻이며 사예각(四銳角)은 독립정신을 사해에 고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시도민들의 성금을 비롯한 5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만든 기념탑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위원회 측 얘기다. 기념탑 완공 후 위원회는 사단법인 해산을 선언하고 이 탑을 대구시에 기부채납하려 했으나 대구시가 기념관이 애초와 다르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부채납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기념탑, 기념관 등을 관리하는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야간에 탑을 비추는 조명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위원회 측의 설명. 위원회 관계자들은 "대구시장이 기부채납을 받겠다고 두 차례나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아 7천800만원에 이르는 연간 예산도 집행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루빨리 기부채납이 이뤄져 기념탑에 대한 제대도 된 관리를 통해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성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위원회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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