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갈수록 비겁해지고 초라한 인생

고단한 예술가의 삶에 위로를…

"취미 삼아 쓰는 글, 취미 삼아 쓰는 음악, 취미 삼아 하는 연주, 이런 것에는 삶의 치열함이 묻어날 수 없다. 진정한 명작이나 명곡, 명연주도 나올 수 없다. 나는 확신한다. 이 세상에 밥을 벌어먹으려고 하는 모든 일은 신성하며, 그런 치열함에서 진정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라고."-밥벌이의 위대함-중에서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진회숙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99쪽/ 1만3천800원

"예술가에게 사랑의 감정은 창작 활동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랑을 자양분 삼아 예술혼을 꽃피운 대표적인 예술가는 '사랑의 시인'으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이다. 만일 샤갈에게 사랑의 감정이 없었다면 그는 세계적인 예술가로 명성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사랑도 공부가 필요하다.-중에서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이명옥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51쪽/ 1만5천원

우리의 젊은 날의 열정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불의에 대해 무모하리만큼 격정적인 분노와 그것의 원천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면서 분노와 예의는 그저 한때의 추억이 되고 순결한 영혼은 길을 잃고 말았다. 점점 비겁해지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니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군림하려 하고 가진 자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비굴해지고 있는 현실의 변명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음악을 듣는다는 것, 어쩌면 이런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한 방편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아니 분명 방편에 불과한 것을 알면서도 집착하고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작가 진회숙은 이런 모난 독자에게 음악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그녀는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단지 클래식이 아니라 치열한 삶 속에서 살다 간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각인시키고 있다. 그래서 클래식 이야기에 김민기의 '봉우리'와 돈 맥클린의 '빈센트'가 한 장을 차지하고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빈센트 반 고흐가 1886년에 그린 '구두 한 켤레'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겪은 고단한 삶 같은 것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는 구두라는 소재를 통해서 자신을 비롯해 세상의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고달픈 삶의 불편함과 고통을 잠시 놓아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해서 그림 속에 느슨하게 풀려있는 신발 끈은 그의 삶보다도 어떤 의미에서 더 사실적이다. 두 책의 작가가 지적하듯이 모차르트의 궁핍함이, 고흐의 고단함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것이라면 젊은 날의 열정 또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밖에는 가진 것이 없었기에 분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 이 순간, 선한 눈을 가진 이웃을 위하여 다시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싶다.

전태흥(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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