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미용업 까지…, 동네 가게들은 어떻게 살라고"

안경업, 이·미용업 등 대기업 허용안 추진에 상인들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 서민 업종인 안경업과 이·미용업 등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장악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터라 정부의 방침에 대해 영세 사업자들은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은 어디로 사라졌느냐?"며 현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반(反)서민 정책?=공정위는 10일부터 14일까지 일부 서비스 업종을 대상으로 '경쟁제한적 진입규제 정비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해당 업종은 해운업, 안경업, 이·미용업, 리스업, 보증보험업, 도매시장업, 도시가스업 등 11개 분야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분야는 안경업과 이·미용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는 업종으로, 토론회 첫날인 10일 안경업, 이·미용업에 대한 공개 토론회는 안경사회협회·미용사협회 소속 회원 500여명의 강력 반발로 무산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안경점과 이·미용업소는 면허증을 취득한 개인이 업소 한 곳을 개설할 수 있게 돼있다. 공정위는 법인도 안경업소나 이·미용실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업소 개설 수 제한도 폐지할 방침이다. 결국 대기업의 진입 장벽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돼 가격 인하와 품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말까지 진입 규제를 정비할 방침이었지만 영세업자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주춤하고 있다.

◆영세업자들의 반발=해당 업계 영세 상인들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이 되겠느냐?" "영세 상인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한 안경점 업주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들어오면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이 불 보듯 뻔한데다 독과점으로 인해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안경업계에 따르면 대구 시내의 안경원은 400여곳으로, 월 매출액이 1천만원 이하인 영세 사업장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안경값이 20년 전과 별 차이가 없고 검안과 조제가공비를 받지 않는 등 안경 가격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안경사협회 허봉현 대구지부장은 "경기 악화로 인해 업주 혼자 일하는 안경원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대기업이 들어오면 문 닫는 업소가 속출할 것"이라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처우를 해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항의했다.

이·미용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지역의 미용실 4천8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미용사 혼자 일하는 영세 사업장인데 기업형 미용실이 확산하면 대부분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미용사중앙회 오무선 대구지회장은 "영세 사업장은 문 닫고, 전문성과 개성을 갖춘 미용사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인 규제완화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계명대 박명호 교수(경영학과)는 "글로벌 시장 개방에 따라 서비스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막기 어렵지만 아직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고 취약한 분야를 준비 없이 풀어서는 곤란하다"며 "앞으로 지자체는 지역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당 업종의 상인들은 조직화를 통해 결속력을 다지고 대응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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