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혜경스러운'음반 마이 페이브릿'박혜경

청량한 목소리만큼 맑은 그녀

박혜경(35)의 목소리는 언제나 청량하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소나기 같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벽난로 같다.

목소리만으로 세상을 맑게 만드는 박혜경이 자신의 목소리를 듬뿍 담은 정규 7집 음반 '마이 페이브릿'(My Favorite)으로 돌아왔다. '혜경스러움'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야말로 박혜경표 음반이다.

"자극적이고 센 노래는 저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감성과 제 느낌을 담았죠. 저와 어울리는 음악과 가사를 찾는데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타이틀곡 '하이힐'은 하이힐을 신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밝고 경쾌한 모던 록 장르의 노래.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작곡가 민명기가 작곡했다. 작사는 박혜경이 직접 했다.

'키도 작아서 하이힐만 고집하는 피곤한 내 삶에 손을 건넨 사람, 눈이 좀 작아서 진한 라인 그려 넣은 부자연스러운 내 눈 속에 따뜻한 눈길을 건넨 사람'으로 시작하는 솔직한 가사가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박혜경은 지난 2월부터 4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열애 중이다. 이 노래 가사가 행여 박혜경 자신의 얘기가 아닌지 궁금했다.

"연애하는 제 감정이 가사에 녹아드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연애를 한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 많은 분들이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저에게 얘길 하시더라고요. 제 연애와 사랑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습니다. 그런 좋은 느낌이 노래에 녹아든 모양이에요."

박혜경은 음반 수록곡 대부분의 가사를 스스로 쓴다. "대중들이 원하는 가사가 아니라 내 느낌에 맞는 가사를 쓰고 싶어서 기성 작사가에게 작사를 맡기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스로 쓰는 그의 가사에는 '반짝반짝' '사뿐사뿐' '동화' '친구' '달' '꿈' 등 달콤한 느낌의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박혜경과 참 잘 어울린다.

"5번 트랙 '행복이 배달되었어'의 가사를 작사가 박주연씨가 써줬어요. 그 분이 사는 홍콩까지 가서 함께 가사를 썼죠. 데뷔 때부터 박주연씨의 감성 가득한 가사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박주연씨의 가사를 좋아해요."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박혜경이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고집을 좀 부린다. 13년차 가수이니 그 정도 고집은 당연하기도 하다.

"프로듀서 말로는 이번 음반이 힘든 작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귀찮게 해서요.(웃음) 가사와 노래를 많이 수정했고 편곡도 여러 번 했거든요."

박혜경은 작사는 많이 했지만 작곡은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 '아티스트 박혜경' '싱어송라이터 박혜경'이라는 말보다는 '보컬리스트 박혜경'이라는 말이 가장 좋아요. 목소리에 아이콘을 가진 가수란 말도 좋고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길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작사는 하고 있지만 작곡에는 욕심을 내고 싶지 않아요."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목소리 때문일까. 박혜경은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20대 팬이 가장 많다"는 얘길 전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 목소리가 가장 나중에 늙는대요. 이런 목소리를 가진 것은 정말 행운이죠. '박혜경' 자체가 스타가 아니라 제 목소리가 스타죠."

청량한 목소리의 이 가수는 평소의 생활도 참 맑다. 쉬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예인답지 않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평상시에는 화장을 안 하고 돌아다녀요. 서점도 가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죠. 산에도 참 자주 올라갔어요.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 산책도 했고요. 제주도와 부산 등지로 여행도 갔다 왔어요. 이번에 쉬면서 술도 많이 배웠습니다. 친구들에게 추한 모습도 좀 보였어요. 친구들이 어색해 할 정도로 전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아요."

털털한 박혜경은 데이트도 스스럼없이 했다.

"음악카페에서 제가 박혜경인줄 모르고 남자친구가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처음 만났죠. 남자친구가 외국에서 공부를 해서 절 잘 몰랐던 거예요. 남자친구와는 편하게 막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해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박혜경에게 결혼 생각은 없는 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소녀 같은 감성으로 답을 했다. "결혼을 지금 만남의 목적으로 하고 싶진 않아요. 설령 그런 욕심이 들어도 일단은 좋은 사랑을 하고 싶죠."

결혼 계획 대신 박혜경은 음반 작업 때문에 하지 못했던 뮤지컬 출연 계획과 10월에 있을 공연 계획을 전했다. "뭔가 다른, 독특한 목소리의 가수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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