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완전 실종되면서 유통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시기적으로 아직 한여름이지만 에어컨 할인 판매 행사가 시작됐고 겨울 모피가 벌써 매장에 나왔다.
유통가는 지난해 여름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 이어 올 여름은 사례를 찾기 힘든 '시원한 여름'이 찾아오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변덕 날씨'에 대한 대응책 수립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장사 끝(?)
지난달 대구의 평균기온은 24.8℃였다. 지난해(28.4℃)와 비교하면 무려 4℃ 가까이 기온이 내려갔다. 최고기온 평균 역시 올해는 29.6℃로 전년(33.1℃)에 비해 3.5℃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평균기온 분포는 9월 초순의 것. 대다수 사람들이 요즘 초가을 날씨를 느끼고 있다.
비도 잦아 더위를 느낄 틈이 없다. 지난달 비가 온 날은 17일 이상이었다.
때문에 백화점 가전매장에서는 여름철임에도 불구, 에어컨 할인 행사가 진행중이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수성점·강북점 가전매장에서는 삼성, LG, 위니아 등 에어컨 전문 브랜드가 참여하는 2009년 신형 에어컨 전시상품 특별 할인 판매 행사가 열리고 있다. 많게는 절반 이상 할인된 금액에 판매를 하고 사은품까지 얹어 준다.
동아백화점 생활용품팀 김용기 대리는 "지난해는 에어컨 물량 부족 현상으로 곤란을 겪었는데 올해는 에어컨 수요가 없어 걱정"이라며 "올해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의 절반선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했다.
대구·동아백화점 등은 여름 의류도 일제히 '마감전' 행사를 열고 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엘칸토, 영에이지, 금강제화, 에스콰이어 등의 제화 매장에서 23일까지 여름 특별세일 행사를 실시, 여름 신발을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수영복은 예년같으면 한창 '시즌'이었던 이달초에 이미 시즌 마감행사가 열렸다.
식품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맥주와 소주, 아이스크림, 컵라면, 삼겹살 등의 매출이 기진맥진하고 있고 보양식품의 매출 역시 예년보다 크게 부진한 상태.
하지만 예년 같으면 더위로 인해 인기가 없었던 밀가루, 부침, 튀김 관련 상품이 오히려 전년보다 2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역시 '뜨거운' 국거리용 부위의 매출이 7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을이야? 겨울이야?
백화점 매장엔 여성복 가을 상품 입고율이 높게는 70%에 이른다. 남성 브랜드 역시 최고 80%까지 가을상품으로 채워졌다. 예년보다 한달 가까이 가을 상품 입고가 빨라졌다.
가을 상품 판매 행사는 벌써부터 시작됐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디자이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박혜숙, 박윤수, 울티모, 라스포사 등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가을상품 행사를 이번 주부터 시작했다.
겨울 의류까지 등장했다.
대백프라자의 해외 수입의류 브랜드는 가죽이나 밍크소재 등 완전한 겨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백프라자점 해외 수입브랜드인 페라가모, 크리스찬 디올, 아이그너 등에서도 가을·겨울 상품이 이미 70% 이상 매장을 점유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진도모피 매장은 14일부터 30일까지 모피의류 신상품과 이월상품을 할인 판매 행사를 연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구승본 실장은 "올해만큼 여름 상품 특수가 없었던 해는 찾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러다가 늦더위가 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간절기 및 가을 신상품을 준비하면서도 늦더위를 겨냥, 할인폭을 늘린 여름 상품 기획전을 준비해 매출 증대를 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해마다 들쭉날쭉한 날씨가 계속되자 각 부문별 매출 계획을 잡는데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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