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 씨 석방 반가워도 억류 진상 규명해야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13일 오후 추방 형식으로 136일 만에 풀려났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유 씨가 무사히 돌아온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석방을 위한 당국 간 접촉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소할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 씨 문제 해결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유 씨 석방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을 두고 정부 일각에서 '정상이 아닌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 한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국민들은 북한 당국이 왜 유 씨를 무단 억류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북측 주장대로 과연 유 씨가 '반공화국 책동'을 했는지 제대로 따져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유 씨 억류 과정에서 북측이 철저히 무시해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된 '개성공업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대해서도 명확한 보완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야당과 사회단체들이 성급하게 남북 관계 개선을 주문하거나 대북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앞서나간 정치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연안호 선원 석방이나 개성공단 문제 등 현안 해결에 힘을 쏟으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차분히 풀어가면 되는 것이다.

어제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유 씨 문제에 대해 정부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며 "다만 현대아산 측에서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노력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말이 유 씨 석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입장 표명이었기를 기대한다. 만에 하나 무고한 사람을 인질로 잡아 흥정하고 협상 전략으로 삼는 세력에 호응한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 후에 순리대로 남북 경색 국면을 해소해 나가는 게 진정한 남북 관계를 위한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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