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의료단지 유치

대구 신서가 첨단의료복합단지로 결정된 후 지역 분위기가 한껏 '업'(UP)됐다. 1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국책사업을 따오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들뜨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치에 직'간접으로 이바지한 사람들이 느끼는 흥분과 성취감,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치에 관여한 일부 자치단체장들을 두고 '한나라당 공천은 떼놓은 당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의료단지 유치에 기여한 것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은 단체장, 국회의원들에게 '용비어천가'를 방불케 하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의료단지 유치를 자신의 표밭 갈이용으로 먼저 치부해 버리는 인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스라엘 다윗 왕이 어느 날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나를 위해 반지를 만들고 그 반지에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 글귀는 내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위대한 일을 성취했을 때 그것을 보고 더욱 겸손할 수 있도록 각성이 되는 글귀여야 한다. 반대로 슬픔이나 고통이 찾아올 때, 용기와 위안을 주는 말이어야 한다." 고민하던 세공인에게 왕의 아들인 솔로몬이 알려준 글귀는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였다.

의료단지 유치는 몇 사람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시도민과 출향 인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땀 흘린 성과물이다.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 발전에서 지역이 소외받은 현실이 유치에 적잖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꼴찌를 한 팀이 다음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선수를 지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의료단지 유치를 스포츠에 비유한다면 대구경북은 이제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것에 불과하다. 본선에서는 충북 오송은 물론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미국 보스턴이나 클리블랜드 의료클러스터와 같은 세계적 의료단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거기에서 이겨야만 생산 증가 82조 원, 고용 창출 38만여 명이란 기대 효과가 비로소 '현실'이 되는 것이다. 단체장'국회의원 선거판에 휩쓸리기엔 의료단지가 지닌 의미와 해야 할 역할이 너무나도 크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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