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여성들은 먹는 것 앞에서 환호하고 먹는 것 앞에서 절망한다. 음식과 여성은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다.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을 기초로 왜 여성이 음식에 더 환호하며 왜 여성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지를 알아봤다. 박언휘내과원장이 도움말을 줬다.
#여자들은 남자 앞에서 조금 먹고, 여자들끼리 있을 때 많이 먹는다?
캐나다의 맥길 대학 심리학 박사 메레디스 영(Meredith E. Young) 박사는 3개의 대학 식당에서 469명의 남녀의 식사를 관찰하였다. 이 결과 남성들은 한 끼에 평균 716㎉를 먹는 동안 여성들은 평균 609㎉를 먹었다.
하지만 남성들은 함께 식사한 상대와 상관없이 거의 일정량을 먹는데 비해 여성들의 칼로리 섭취량은 함께 식사한 상대에 따라 100㎉ 넘게 차이가 났다. 남성과 함께 식사한 여성의 경우 평균보다 57㎉ 낮은 552㎉를 섭취했고, 여성끼리 식사한 경우 평균보다 54㎉ 높은 665㎉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파트너 중 남성의 수가 많을수록 여성의 식사량은 더 줄었다.
실제로 여성 3명이 밥을 먹을 때는 650㎉를 먹었지만, 4명이 먹을 때는 800㎉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원장은 "여성이 식사 파트너에 따라 먹는 양이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력과 관련된 사회적인 신호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즉 여성에겐 적게 먹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뉴욕에서 진행된 한 실험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배고픔과 음식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고도비만이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험은 2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음식에 대한 욕구를 참으며 뇌를 촬영했다. 촬영 결과 음식의 유혹을 참고 있는 남성 참가자들은 편도, 해마, 안와전두피질, 선조체 등 뇌의 특정 영역의 활성이 떨어지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박 원장은 "활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음식에 대한 뇌의 반응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섭식 충동을 잘 참고 있음을 뜻한다"고 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뇌의 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겉으로는 참고 있지만 뇌는 음식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여성이 남성보다 비만과 섭식장애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브루크헤이븐 연구소에서 진행되었으며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여자들이 거식증에 더 잘 걸린다?
거식증은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음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모두 토해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게 되는 질병으로 의학 용어로는 '신경성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 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유독 여성들에게 이러한 거식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서섹스 대학(University of Sussex) 연구팀이 '일반정신의학지(Arch Gen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아태아 임신 시에 여아의 발달을 돕는 호르몬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는 성인기 여성의 거식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거식증이 많이 발병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많은 여성들을 거식증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호르몬이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태아기에 불가항력적으로 노출되는 호르몬을 막을 길은 없다. 박 원장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마른 것이 곧 아름다움이다.' 라는 외모지상주의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탄산음료를 하루에 두 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위험하다?
미국 로욜라 대학(Loyola University) 예방의학과 데이비드 쇼햄 교수 연구팀은 미국 건강영양조사에 참가한 9천358명의 성인의 자료를 분석한 뒤 그들의 식생활 습관을 조사하고 소변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였다.
소변 검사 결과 지난 24시간 동안 소다수를 두 캔 이상 마셨다고 말한 여성의 경우 소다수를 마시지 않은 여성에 비해 단백뇨증(albuminuria)이 나타날 확률이 1.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뇨증은 신장질환 초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이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고 한다. 박원장은 "탄산 음료를 즐기는 여성에게 단백뇨증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HFCS (높은 농도의 과당이 포함된 옥수수시럽) 과다 섭취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하루 두 잔 넘게 술을 마시는 여성은 뇌졸중의 위험이 높다?
남성이 하루 세 잔 이상의 술을 마실 경우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 나온바 있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밝혀진 바 없었다.
미국과 스위스 연구팀이 심방세동 증상이 없었던 3만4천715명의 미국 중년 여성을 12년간 관찰한 결과, 술을 하루 두 잔 넘게 마신 여성이 술을 마시지 않거나 두 잔 이하로 마신 여성에 비해 심장 리듬이 불규칙한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박 원장은 "하루 두 잔을 넘길 경우 심방세동의 위험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술을 적당량 이상 마시는 사람은 음주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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