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여담女談] 엄마의 氣가 너무 세면

엄마는 무얼 해도 딱 부러지고 야무지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왠지 자신 없고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들어 있다. 왜 그럴까. 엄마의 기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엄마의 에너지가 강하면 아이들은 엄마 눈치 보느라 자신감도 사라지고 소신도 없어진다. 특히 아들의 경우는 더하다.

기 센 엄마들은 아이들을 손바닥 보듯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를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엄마의 기에 눌린 아이들은 사소한 지적에도 움찔하고 갈팡질팡한다. 자연히 실수 연발이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이런 행동 때문에 또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악순환이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지능지수(IQ)보다 '자신감'이 학업 성취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영국에서 성적과 IQ와 자신감을 조사한 결과, IQ는 높지만 자신감이 없는 아이보다 IQ가 낮더라도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아이가 공부도 더 잘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자신감 있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엄마의 기가 강할 경우 아이의 기를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위험성이 높다는 말이다. 평소에는 시험을 잘 보다가도 결정적인 시험에 실패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가 약한 경우가 많다.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칭찬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지 말고 여지를 주어야한다. 그러나 대개 기센 엄마들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를 제압해 이기려고만 든다.

최근에 접한 한 명문대 의대생의 이야기다. 이 의대생은 다른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주눅들어있고 늘 엉거주춤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이 학생의 엄마는 1학기 성적이 좋지 못하다며 전화로 아이를 밤새도록 야단치고 "그 따위로 공부하려면 노트북도 필요 없다"며 노트북도 압수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성적은 상위권이다. 다만 엄마의 욕심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기가 센 엄마다.

진짜로 아이를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게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여지를 줘야 한다. 정해진 원칙은 철저히 지키되 사소한 잘못은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꾸지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믿고 때론 속아주고 때론 모른척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자신감은 엄마의 사랑과 적절한 통제에서 나온다. 현명한 엄마들은 사랑과 통제를 넘나들며 아이의 자신감을 빵빵하게 키워놓는다. 결코 기 죽이지 않는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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