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촌 170개국 누빈 양창영 세계한상연합회 사무총장

젊은이여 한국은 좁다, 떠나라! 전 세계 어디든지…

"젊은이들이여, 더 넓은 곳을 경험하십시오! 해외로 나가면 여러분들의 자질과 능력에 맞는 길이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전 세계 170여개국을 누비고 다닌 양창영(66)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이 요즘 청년실업이 문제인 우리나라에 던지는 조언이다.

양 총장은 45년 전 세계에 눈을 돌린 뒤 우리 국민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이 일을 하며 그가 내세우는 철학은 이렇다.

"우리 국민들이 뛸 무대로 대한민국은 너무 좁습니다. 전 세계를 향해 더 뛰고 한없이 누벼야 합니다. 국내에서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처럼 진취적인 기상으로 뛰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나가십시오. 전 세계 어디든지."

그는 지난 40여년간 200여만명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1970년대 중남미 지역 이민을 위해서는 직접 헬기를 빌려 아마존강 유역과 아르헨티나 팜파스(Pampas:세계적인 대초원 농업·목축업 지역) 등지를 답사했다. 이를 통해 한국인들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지로의 진출을 주선했다. 당시 그는 민간인 이주공사를 설립해 정부보다 더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촌뜨기가 어떻게 이렇게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이민 전도사가 됐을까.' 그는 또 국내 최초의 해외개발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3일 서울 시내에서 양 총장을 만나 그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들어봤다. 요즘 답답한 국내 상황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천 촌뜨기, 세계로 눈돌리다

양 총장은 경북 예천군 용궁면 월오리에서 태어났다. 6남 3녀 중 셋째. 첫째는 교육가, 둘째는 기업가, 넷째는 항공사 사장, 다섯째는 금융인, 막내는 해운업 등 각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진사댁은 셋째 딸이 제일 예쁘다'는데 양 총장 집안에선 셋째 아들인 그가 세상을 담는 그릇이 컸나 보다.

예천에서 장평초교와 용궁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한 그는 무대를 대구로 옮겼다. 경대사대부고에 입학한 것. 그해 졸업생 중에서도 좀 남달랐던 것일까. 양 총장은 고교 동기생들 중 유일하게 연세대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대 70~80명, 고려대 20~30명이 들어갔지만, 연세대에는 외톨이로 합격했던 것. 그의 고교 동기들은 대법원장, 외환은행장, 제지회사 회장, 정당 사무총장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대학 입학 후엔 운동권에 발을 디뎌 6·3학생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6·3동지회 회원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도 막역한 사이다. 이들 셋은 SKY대의 6·3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이 대통령은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김 특보는 현재 이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 사무총장 자리는 변치 않고 양 총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학생운동으로 쫓기던 시절, 그의 인생항로를 바꾼 건 세계도덕재무장운동(MRA)이었다. 1965년 MRA 주관으로 미국, 일본에서 열린 세계대회와 세계청년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여하면서부터 그의 인생관은 바뀌었다. '누가 옳으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하는 것이, 무엇이 옳으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국제 MRA활동에 푹 빠져버린 것.

이후 그는 세계화에 눈을 뜨고 한국이 잘살기 위해서는 해외로 보다 많은 인력이 진출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길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해외로 나아가는 길, 해외 취업, 해외 이주에 젊음과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해외 한인 700만 시대, '1천만 시대 열자'

홍콩 인구가 지난해 연말 700만명을 돌파했다. 해외에 나가 살고 있는 한국인도 700만명이다. 적잖다. 서울시민 1천만명보다는 적지만 부산시민의 2배, 대구시민의 3배에 달하는 인구다.

이 재외동포 상당수는 이민 1, 2, 3세대를 거치면서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 취업 진출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의 취업, 투자, 기업, 초청 이민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남태평양의 섬나라를 비롯해 해외 지역을 개척하고 10년 후, 20년 후에는 그들이 주인노릇을 하도록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양 총장은 세계화시대는 인적자원의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고 믿는다. 민족 간의 경쟁시대로, 한 민족이 세계에 얼마나 많이 흩어져 살고 있는가가 민족우열의 척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선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라고 했다. 일본은 일찌감치 '척식'(拓殖:국외의 영토나 미개지를 개척하여 자국민의 이주와 정착을 정책적으로 촉진함)을 시작해 이미 세계 곳곳에서 그 나라 대통령(페루 등)과 총리가 되는 등 자국민족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강화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는 늦었지만 1993년부터 재외동포 상공인들을 네트워킹해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를 결성했으며, 700만 동포사회와 조국 간의 상호발전을 위한 코리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연합회는 전 세계 67개국 145개 지역의 동포 경제인들을 조직화하였고, 그들의 권익신장을 도와 동포사회 동력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열악한 환경의 해외동포 밀집지역을 돕기 위해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나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도 '세계한인상공인대회'를 개최해 그 지역 동포상권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양 총장은 이와 함께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 중에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있는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회복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외국민참정권연대'를 결성해 300만 해외거주국민들의 참정권 실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07년 6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올해 2월 재외국민 참정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학교수에서 위기극복 전도사로의 대변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기에도 바쁜 그가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해외개발학과 교수로 변신했다. 1993년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정교수가 된 것. 당시 호서대 총장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것도 적성에 맞았던 탓인지 수업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제는 호서학원 재단의 서울벤처정보대학원 부총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전 세계로 뻗어가 무슨 일이든지 하고 부딪쳐서 극복해가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인처럼 각 나라에 정치지도자, 기업가를 많이 배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또 나라의 위기 때마다 변신한다. 조국에 도움이 된다면 해외동포들의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도 하는 것. 1998년 IMF사태를 맞이했을 때 조국에 1인1통장갖기 운동, 송금하기 운동, 고국제품사주기 운동 등을 전개해 IMF시대 극복에 일정 정도 기여했다. 올해 2월부터는 국내 경기침체 극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Buying Korean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때 그에겐 '대한민국 위기극복 전도사'란 직책이 붙었다.

그는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했지만, 배울 것은 배우자고 했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세계를 알아야 일본이 잘살 수 있다'고 세계화를 일찍 주창해, 일본인들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진출시켜 일본경제에 크게 기여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

양 총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육지면적의 0.07%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문을 활짝 열고 세계인과 더불어 지구촌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살아남는 것이 곧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개척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양창영은? 1943년 경북 예천 출생. 경대사대부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세종대 경영학 박사. (재)범흥이주공사 사장, 국제이주개발공사 대표이사 역임. 세계도덕재무장운동(MRA) 한국본부 이사 및 부총재.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상임이사.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 서울벤처정보대학원 부총장. 한국학술연구원 이사. (사)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운영이사 및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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