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갤러리] 압생트

파리 뒷골목 바, 남과 여에 야룻한 긴장감이…

압생트.
압생트.

압생트

작가:드가(Edgar Degas:1834~1917)

제작연도:1876년

재료: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92×68cm

소재지:오르세미술관(프랑스 파리)

드가는 인상주의와 동시대 화가로 고전주의 화풍에 자신의 뿌리를 두고 마네와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드가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즉 이 작품은 '일상생활의 한 단면'을 포착해 재현한다는 마네로부터 비롯된 시대적 경향과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화면 구성'이라는 고전주의적 전통의 결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화면 구성이 고전주의의 맹목적 답습은 아니다. 독특한 화면 설정, 공간 규정, 인물의 자세, 색조(色調)의 대비 등이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막연한 불안감을 주는 개성적인 작품을 구성한다.

이 그림이 주는 매력은 주로 화면 구성과 색조의 대조에 기인한다. 작가는 주목성(注目性)이 강한 인물들을 모두 화면의 오른쪽에 치우쳐 배치하고 전경의 넓은 면적에는 주목성이 약한 탁자를 그려 넣어 아카데믹한 전통에서 벗어난 강렬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리고 지그재그 형식의 탁자 윤곽선이 만들어 내는 선 원근법이 관객의 시선을 그림 속의 장면 안으로 리드미컬하게 끌어들이면서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화면 하단에 위치하는 탁자의 크기가 인물이나 인물 앞의 탁자 크기와 비교됨으로써 공간의 깊이를 환기시키는 르푸소와르(Repouss

oir) 기법도 사용하고 있다.

명암의 대비를 이용한 색채의 사용에도 역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인의 색조는 치마의 갈색으로부터 모자의 흰색까지 밝은 톤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반면 남자의 그것은 그들이 앉아 있는 긴 의자의 등받이보다도 더 어둡다. 두 인물에 사용된 색조는 우선 이들의 심리적 대조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날씬한 몸매의 여인은 팔을 허벅지 위에 늘어뜨린 채로 독한 압생트 술잔을 앞에 놓고 의자 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데 반해 그 옆의 짧고 굵은 몸매의 남자는 탁자 위에 팔을 걸치고 무심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탁자의 흰색은 명암 대비를 통해 남자의 옷과 긴 의자, 그리고 바닥의 그림자 부분의 색조를 두드러지게 만들면서 화면에 리듬감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그림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나 '올랭피아'처럼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 이유는 마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윤리적 차원에서 도대체 어떻게 파리의 뒷골목 바에서나 볼 수 있는 타락한 인물들이 회화의 적합한 주제가 될 수 있는가였으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두 사람이 실존하는 유명인이었다는 점이다.

드가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는 고전주의 화가들이 흔히 그렇듯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 아니다. 즉 알코올 중독의 위험이나 당시 사회의 타락상을 경고하고자 함이 아니라 동시대 삶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드가는 마네와 더불어 진부한 고전주의 전통을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변화시키고자 한 화가로 평가될 수 있겠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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