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동도 정상에서 건너다보는 서도는 강건합니다. 괭이갈매기 노랫소리도 잦아들고 바위틈의 해국만이 저 홀로 꽃을 피웠습니다. 독도에서 가늠해보는 서울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오늘 물결이 저리 드세고 연락선마저 끊겨 이 편지가 과연 뭍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앞섭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지난 열한달 반 동안 독도에서 살았습니다. 그동안 2개월마다 교대하는 경비대, 매달 교대하는 등대원, 겨울 석 달간 무인도가 되는 서도, 그 공백의 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독도와 살 부비는 동안 가까스로 독도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우리 대통령들이 독도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8·15 광복 이후 일본의 독도침탈 기도부터 일별해 보겠습니다.
6·25전쟁으로 우리가 대혼란에 빠졌을 때, '스캐핀(SCAPIN)667호'를 통해 연합군사령부가 인정한 한국령 독도를 일본은 미군정청에 로비를 벌여 샌프란시스코조약에서 그 부분을 삭제하는 간교를 부렸습니다.
전쟁 후 한일수교에 즈음해 도탄에 빠진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차관을 요청했을 때, 일본은 미국을 움직여 독도를 폭파하자는 엄청난 음모를 획책했습니다. 한국이 IMF 체제하에 들어가 일본에 지원 요청을 하자, 그들은 독도를 넘겨주면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이러했습니다. 6·25 때 일본이 독도 편입을 꾀하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독도를 포함한 동해상 영해에 관한 '이승만 라인'을 선포했습니다.
한일수교 당시 일본이 독도 폭파를 주장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도를 측량해 토지대장에 등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IMF 체제하에서 독도를 넘겨달라고 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독도에 접안시설과 어민숙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IMF 체제를 벗어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해 독도를 한국과 일본의 중간수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신한일어업협정은 3년마다 개정이 가능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개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독도는 '반쪽'인 채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를 어떻게 대했는지 독도 사람들은 기억합니다. 물론 시대상황과 특별한 사정이 없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내 살점, 내 땅을 베어내 주고 천연스레 외고개를 틀고 있는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독도 문제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핵폭탄급 현안입니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가공할 폭발력의 독도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어느 정권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독도'가 이슈가 되어 민심이 요동치고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을 때는 이미 늦다는 것입니다.
국가적 실리도 민심도 잃어버린 뒤가 되지요. 그래서 독도문제는 늘 역대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고민은 유효합니다. 지난 시절 역대 대통령들의 독도정책 공과를 돌이켜 보면 이 시대에 해야 할 일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께서 임기 후 받게 될 독도에 대한 정책평가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신한일어업협정 종료'와 '독도 방파제 설치'입니다. 신한일어업협정 종료는 일본에 내준 독도의 반쪽을 되찾아 오는 일이며, 방파제 설치는 모든 독도 영토수호의 기초를 다지는 대사가 될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대통령께서는 독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독도관리사무소 건립이나 독도영토학습장 등은 그 이후에 고려해도 좋을 문제입니다. 또 입도절차 간소화 문제 따위도 차차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독도의 명운이 달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독도 문제는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다. 떠들수록 불리해진다'는 주장이 대세였습니다. 소위 '조용한 외교론'입니다. 그래서 뜻있는 국민들은 혹여 국익에 누가 될까봐, 독도에 대해 할 말이 있어도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동해에서 어업권은 반토막이 나버리고, 독도는 지도상에 없는 섬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앞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이런 기막힌 '모순'에 허망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곳 독도 사람들에게도 마른 날 빨래를 하고 궂은 날 베갯잇을 꿰매는, 안온한 날들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사에 늘 노심초사 하시는 대통령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09년 8월 15일
독도 상주기자 전충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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