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닮아서 결혼하나? 결혼후 닮아가나?…갑론을박 부부학

결혼 24년차 손위관(49)·장윤경(47) 부부
결혼 24년차 손위관(49)·장윤경(47) 부부
결혼 19년차, 조창옥(46)·김미량(42) 부부
결혼 19년차, 조창옥(46)·김미량(42) 부부
결혼 8년차, 이호철(40)·김정염(38) 부부
결혼 8년차, 이호철(40)·김정염(38) 부부

'부부는 닮아가나, 닮은 사람이 부부가 되나.' 논쟁이 붙을 만하다.

실제 한 네티즌이 언젠가 10여쌍의 부부가 참석한 모임에서 신통하게도 한쪽만 보고도 배우자를 모두 맞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가 살면서 닮아가는가, 닮은 사람이 부부가 되는가 두가지 설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류학, 의학, 관상학자들까지 가세해 제 나름의 논거를 내놓기도 한다.

닮은 사람이 부부가 된다는데 찬성한 사람들은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친숙한 얼굴이 부모님 얼굴이고 그 다음이 형제 자매인데 자연히 자신과 닮은 이성을 만나게 되면 친숙하게 느끼고 좋아지게 된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다른 주장을 펴는 이들은 살면서 더 닮아간다고 역설한다. 자기 이미지에 심한 열등감을 느껴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을, 얼굴이 검은 사람은 흰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거를 펼친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비슷한 환경에서 함께 먹고 울고 웃으며 더 닮아간다는 주장인 셈이다.

가수 김정민씨가 자신과 눈, 코, 귀, 입이 꼭 닮은 일본인 다니 루미코(사진)씨와 결혼하면서 이 논란에 더 불을 붙였다. 어느 쪽이 맞을까. 결혼생활 25년 이하 세 부부를 통해 이 논쟁에 대한 답의 힌트를 엿보았다. 또 이후 응모를 통해 독자들이 보내준 '닮은꼴 부부' 사진을 통해 그 결론을 좀 더 상세해 들여다보기로 한다.

◆같이 살면 닮는다!…결혼 24년차 손위관(49)·장윤경(47) 부부

이 부부는 말했다. "같이 살면 분명 닮아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서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지금은 거의 오누이같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참 그런가 봅니다. 사실 우린 매일 보면서도 '그렇게 닮았나'고 생각합니다."

부인 장씨는 자신들은 잘 못 느끼는데 주변에서 닮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들도 닮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나 보다.

둘은 만남부터 절묘했다. 대구 달성공원 인근 한 건물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서로를 마음에 들어했고, 결혼에 골인했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난 부분이 다듬어지듯 서로 조금씩 닮아갔다. 아이들도 주변에선 '붕어빵'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 전체가 닮은꼴이다.

성격은 남편 손씨가 느긋하고 생각이 많은 편이지만, 부인 장씨는 성격이 급하고 즉흥적이다. 하지만 계속 부딪치다 보니 이제 절충된 타협점을 찾았다. 요즘은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 웬만한 일로는 잘 다투지 않는다.

24년간 살아오면서는 주로 금전적 문제, 자녀들 키우는 문제로 다퉜다. 아무래도 돈을 적게 벌게 되면 아무리 화합하려 해도 생활이 쪼들려 어렵게 됐고, 자녀 역시 뜻대로 안 되는 탓에 교육문제로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런 사이 아이들이 훌쩍 자라 벌써 대학생이 됐다.

둘이 더 닮아가게 된 계기는 같이 인쇄업을 하며 지낸 7년의 세월. 24시간 같이 붙어서 생활하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함께 일할 때 서로를 보며 '이러다 우리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등산을 함께 한다. 그러다보면 주변에서 '와! 닮았다'는 얘기가 연방 터져나온다. 장씨는 "부부가 금슬이 좋아진다는 것도 아무래도 서로 닮아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앞으로 얼마나 더 닮을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처음엔 오누이 오해!…결혼 19년차, 조창옥(46)·김미량(42) 부부

"'오누이끼리 어찌 그리 살갑게 지내냐'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조씨 부부가 결혼한 건 1990년. 하지만 이들이 만난 1988년부터 2년간 연애를 하며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 "남매가 참 많이 닮았다"는 말이었다. 조씨와 김씨 사이에는 어떤 혈연관계도 없음은 말하나마나.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88년 대구시내버스 안에서였다. 당시 3번 버스를 타고 동구 신암동에서 중구 대신동까지 출근해야 했던 조씨는 버스 안에서 김씨를 보고 '참, 참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닮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착해 보였어요. 뒤태도 좋고 옷차림도 정숙하고. 평소에 좋아하던 상이었거든요."

이렇게 연정을 품은 지 6개월째. 버스에 올라 김씨가 없으면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타곤 했다. 지금처럼 교통카드 환승 혜택이 있던 때도 아니었다. 고백을 해야 겠다 싶은 마음에 조씨는 김씨에게 '저 먼저 내려요'식의 캔커피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데이트 제안을 했다. 가방과 선물을 함께 조씨가 앉은 자리에 놔둔 뒤 선물만 전달하고 버스에서 내렸던 것. 물론 선물 안에는 데이트를 신청하는 편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6개월 동안 조씨가 들인 마음의 공이 컸는지 김씨도 승낙, 두 사람은 교제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6개월간 마음을 졸인 조씨를 김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닮았다는 생각은커녕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 하지만 정작 연애를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식당이든 시장이든 가는 곳마다 점원들의 말이 한결같았기 때문. "오누이간에 어찌 그리 사이가 좋아. 팔짱을 끼고 다니고."

더 놀라웠던 건 가족들의 반응. 결혼 전 조씨가 김씨의 집에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진짜 많이 닮았다"며 김씨 여동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던 것.

처음부터 닮았던 부부지만 서로만 잘 몰랐을 뿐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영락없는 남매지간. 그렇다고 이들의 성격이나 식성도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 20년째인 이들 부부도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성격, 식성은 기본 심지어 체질까지 닮아가고 있었다.

조씨에게 5, 6년 전부터 생긴 알레르기성 비염은 2, 3년 후 김씨에게 그대로 옮아갔다. 물론 전염성은 아니다. 금, 은 등 보석 이외의 금속류로 된 장신구를 하게 되면 발갛게 부풀어 오르는 증상도 마찬가지. 이들 부부는 "음식을 같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평소 취미로 등산, 배드민턴을 함께 할 뿐 다른 것을 공유하는 건 크게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아직 진행형입니다!…결혼 8년차, 이호철(40)·김정염(38) 부부

둘은 공무원 부부로 아직 닮아가는 중이다. 서로 아직은 '우리 둘이 닮았나, 앞으로 얼마나 닮아가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주변에서 '둘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꼭 외모 때문만 아니라도 업무 스타일이나 말하는 것까지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승진도 같이 했다. 달서구청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이제는 7급 공무원이다. 부인 김씨가 1995년 먼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편 이씨는 군 호봉이 합쳐져 1997년에 시작해도 같은 연차인 셈.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다 같이 구청으로 들어갔다 또 같이 동사무소로 나오는 것도 비슷한 연차이기에 가능한 것.

둘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다. 동에서 근무하다 2001년 둘 다 구청으로 들어온 것. 이씨는 5층 총무과에서, 김씨는 1층 민원과에서 일했다. 둘은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사이였으나 여러번 보면서 관심을 가진 이씨의 적극적인 구애로 둘은 웨딩마치를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다시 동사무소로 나와 각각 본리동과 성당2동에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서로의 생활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화젯거리가 많고 얘기꽃을 안 피울 수가 없다"며 "서로 섭섭한 게 있어 말을 안하고 있다가도 공통 관심사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게 되고 화해하게 된다"고 같은 직종 부부의 장점을 설명했다.

신세대 부부인 만큼 생활 스타일도 서로 맞추고 있다. 남편은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고 부인은 다소 어지럽혀도 괜찮은 성격이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그래서 집안은 다소 정리된 듯 어지럽다. 시간관념도 서로 정시에 맞춰 가는 것으로 비슷해졌다.

김씨는 "월급도 비슷하고 뭘 하는지 거울처럼 볼 수 있으니 마음에 안정이 된다"며 "아직은 둘이 많이 다르지만 더 닮아갈 걸 생각하니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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