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이스탄불에서 사는 그리스 혈통의 소년 파니스(마르코스 오세)는 할아버지(타소스 반디스)의 향신료 가게에서 지내며 요리와 인생의 철학을 배운다. 할아버지는 파니스에게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향신료가 눈에 보이지 않듯 중요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그러던 중 그리스인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그리스로 강제 이주를 가게 되고, 곧 뒤따라오겠다는 할아버지와 첫사랑 사이메(바사크 코크루카야)와도 아쉬운 이별을 한다. 1964년 아테네, 어른이 된 파니스(오디세즈 파파스필리오풀로스)는 할아버지와 사이메를 곧 만나게 될 거라고 고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파니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이메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이스탄불식 요리를 하며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파니스의 부모는 그가 요리를 지나치게 잘하는 것이 남자답지 못한 것이라 하여 부엌 출입금지를 내리는 등 온갖 조치를 취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천체물리학 교수가 된 노년의 파니스(조지 코라페이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35년 만에 이스탄불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첫사랑 사이메를 다시 만난다.
그리스와 터키에서 제작된 2003년작 '터치 오브 스파이스'(A Touch of Spice)는 음식과 요리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영화다. 할아버지와 소년의 이야기, 성공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킨다.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우리에게 쉽게 접하기 힘든 지역의 음식을 화려하게 전시한다는 것만으로 두 눈이 휘둥그러지게 만든다. 과거 이스탄불은 동서양을 잇는 국제 도시였기 때문에 이스탄불의 식탁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의 요리법이 접목되어 그 화려함을 뽐냈다. 더불어 다양한 음식들의 등장에 겹쳐지는 인물들의 대사는 마치 인생을 축약해놓은 시 같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요리와 배경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아테네와 이스탄불에서 모두 촬영한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그리스 현지 박스오피스에서 무려 7주간이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러닝타임 108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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