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인물] '항복 방송' 히로히토왕

재판장은 양형을 할 때 피고인이 죄과를 반성하고 있는지, 재범 우려가 없는지를 살핀다. 그렇다면 1945년 오늘, 방송된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의 '항복방송'을 보고 재판을 연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할까?

"짐은 忠良(충량)한 신민들에게 고한다…미영 2개국에 선전포고를 한 까닭도 帝國(제국)의 자존과 東亞(동아)의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며 타국의 주권을 배격하고 영토를 침략하는 행위는 본디 짐의 뜻이 아니다…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여 번번이 무고한 백성들을 살상하였으며…교전을 계속한다면 결국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뿐더러 나아가 인류의 문명도 破却(파각)될 것이다.(중략)"

전쟁을 일으켜 놓고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재범의 우려가 크고 현재까지 피해 복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중형 내지는 영구히 사회와 격리돼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일왕은 전범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1946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신격성을 부인하는 '인간선언'으로 대신했다. 통치자였음에도 전쟁 책임을 군부에 떠넘기고 63년간 재위했다. '뻔뻔한' 사람들이 아닌가.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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