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권 막말 문화, 이제는 없어져야

우리 정치권이 막말이 난무하는 언어폭력의 장이 된 지 오래됐다. 여론의 줄기찬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치유 불능의 고질병이 됐다. 강한 자극이 계속되면 감각이 무뎌지듯이 이제 국민 사이에서 정치인의 막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까지 왔다. 이는 다시 막말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낳으면서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정치인은 전투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새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국회의원 모임인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대표인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이 1월부터 7월 6일까지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3당 대변인의 논평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저질'폭력적 언사로 오염되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정치 현안에 대한 논평 883건 중 78.7%인 695건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비방 논평은 '범죄자들의 해방구, 여의도 1번지' '폭력 정당에서 패륜 정당으로' 'KKK(경북 출신, 공안, 공포) 정권' '이판사판 공사판 정권' '정권 똘마니' '권력의 충견' 등 섬뜩한 단어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 자기들은 '寸鐵殺人'(촌철살인)의 명문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의 귀에는 황폐한 인격이 내지르는 욕지거리로 들릴 뿐이다. 이럴 때마다 국민은 자녀의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말 한 연예인이 "국회를 유해 단체로 지정해 청소년들이 뉴스에서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기회만 있으면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권은 이런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람은 언어로 사고를 표현하고, 언어에 반영된 대로 사고하는 존재'라고 한다. 언어가 생각의 산물인 동시에 생각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순화되고 정제된 말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친 말을 쓰면 생각이나 심성도 거칠어진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은 9월 정기국회에서 모든 의원들을 상대로 '막말 정치 용어 금지 서약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또 각 당이 매달 1일을 '칭찬의 날'로 정해 상대 당을 칭찬하는 논평을 하나 이상씩 발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이 같은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막말 문화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포럼의 이번 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모쪼록 좋은 결실을 맺어 우리 정치권이 막말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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