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액 체납자와의 전쟁' 필승병법을 찾아라!

건설 시행사를 운영해온 A(42)씨는 대구시에 내야 할 지방세 체납액만 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본인 명의 재산은 전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구시의 실태조사 결과 지난 2003년 서울 관악구에 109㎡(시가 4억~5억원) 크기의 아파트 한 채를 부인에게 증여한 뒤 함께 살고 있었다. 또 A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도 고급 중형차를 몰고 다니며 해외여행까지 다녔다. 최근에는 중국에 다녀온 사실까지 밝혀졌다. 세금이 부과되기 전에 미리 본인 소유의 재산을 은닉했거나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구시의 판단이다. 결국 시는 A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고액 체납자와의 전쟁=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수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한 이들을 출국금지시키고 탈세를 일삼는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세(稅)파라치'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등 조세범들에 대한 각종 행정조치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5천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154명으로 2007년 16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는 고액체납자 중 해외로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큰 이들을 선별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48명이 출국금지됐고 지난해에는 37명이 제재를 받았다.

고액체납자 절반 이상이 부도로 폐업한 법인이지만 실체가 없는 유령법인이나 건설 시행사 등도 적잖다. 달서구의 경우 5천만원 이상 체납자 51명 가운데 법인은 29곳이었고, 중고자동차상사 13명, 개인 9명 등이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자동차상사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대포차를 팔아넘긴 뒤 잠적하거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땅만 사둔 뒤 등록세나 재산세를 체납하는 건설시행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 들어서도 이달 말까지 5천만원 이상 체납자 중 재산을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는 이들을 다시 선별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시 세정담당관실 관계자는 "체납자 본인 앞으로 재산이 없어 채권 확보가 안 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큰 이들을 선별해 출국금지 등 행정 제재를 할 예정"이라며 "출국금지 예고문만 보내도 세금을 완납할 정도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세파라치' 도입=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예방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가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등 거래를 증빙하는 서류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또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할인해주고 소득을 숨기는 이들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세파라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의사가 100만원의 진료비를 현금 80만원으로 깎아주고 현금영수증을 주지 않을 경우 환자가 신고하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식이다. 이는 봉급생활자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적게 내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추적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소득 탈루액이 44.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은 많이 벌면서도 세금은 쥐꼬리만큼 낸다는 사회적 불만이 크다"며 "탈세 예방 제도를 도입하면 과표를 양성화하고 세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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