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너무 없으면 동상에 걸리고, 너무 많으면 화상을 입게 됩니다. 돈을 너무 밝히면 타락하게 되고, 더 심할 경우 패가망신까지 합니다." 자본주의 첨병인 회사 경영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산업용 내시경과 현미경을 수입'판매하는 ㈜택산상역의 우헌기(61) 사장은 "돈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는 돈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었으나 지난 10년 동안 경제 현장을 직접 뛰면서 이 정도로 바뀌게 됐단다. 돈에 얽힌 사연이 있을 듯했으나 "어릴 적 최영 장군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을 돈을 우습게 보라는 쪽으로 이해한 채 성장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기만 했다. 대학 졸업 때는 "재벌들 돈 벌어주려고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 취직까지 거부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고 크게 후회했다.
돈을 우습게 봤던 그의 첫 직장은 중앙정보부(현재의 국가정보원)였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던 1974년 입사, 1999년까지 25년간 근무했으나 김영삼'김대중 정권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한직으로 밀려나길 거듭하다가 3급 계급 정년에 걸려 퇴직당했단다.
1980년대 초반에는 2년간 청와대 공보비서실 파견근무도 했는데 당시 공보실 동료 중에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허태열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이 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국정원을 퇴직하고는 사무기기 판매 회사에 들어가 그동안 쌓았던 인맥을 토대로 직접 영업하러 다녔으나 6개월여 만에 그만둬야 했다. 친구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팔러 다니는 일은 하지 마라.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는 충고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오너인 지금의 회사로 와서 전무로 일하며 회사일을 배운 뒤 CEO까지 됐다. 3년 전부터는 제조업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택산엔지니어링을 설립, 저가용 내시경과 영상 현미경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 출향 인사들과 지역 인사들 간 정기적인 모임을 결성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퇴직한 출향 인사들이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가 많음에도, 할 일을 못 찾는 걸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대학 때 산악회에 가입, 등산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테니스'축구'수영'승마'스키'골프'MTB'스킨스쿠버'마라톤 등 다양한 운동을 해 왔다. 대구에서 태어나 월배초교'대구중'경북고를 다녔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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