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나들이가 많은 계절이다. 늦여름, 마지막 피서가 한창인데다 높고 맑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부는 가을이 코앞에 다가온 것. 그러나 이 시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뱀이다. 산이나 시골을 찾았다 뱀에 물리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독사는 살무사(살모사), 까치살무사, 쇠살무사, 유혈목이 등 4종으로, 활동기가 4~9월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독사는 신경독보다 혈액독의 독성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이 독은 용혈현상으로 혈관 내벽 파괴, 적혈구 용혈, 조직 세포 파괴 등을 일으켜 내출혈뿐 아니라 호흡 곤란 및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살무사는 머리가 평평한 삼각형이고 등에 여러 가지 색의 가로 무늬나 둥근 무늬가 있다. 두 개의 독니가 입 천장에 있어 뱀에 물렸을 경우 두 개의 뚜렷한 잇자국이 있으면 독사 교상(咬傷, 짐승이나 벌레 따위에 물려서 생긴 상처)을 의심해야 한다. 물린 자국이 여러 개의 말발굽 모양이면 독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물린 자국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뱀에 물리면 무조건 의료기관을 찾아 의사의 진찰과 판단을 통해 처치를 받아야 한다.
독사에 물리면 보통 물린 부위에 통증과 홍반, 부종, 반상 출혈이 일어나고 전신 증상으로는 발열, 오심, 구토, 호흡 곤란, 복통, 창백, 식은땀, 시각 장애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독이 아주 심한 경우 피부가 차고 축축해지거나 혼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뱀에 물렸을 땐 우선 뱀의 공격 범위에서 빨리 벗어나 항독소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속하게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 및 옮긴 뒤에도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 흥분하거나 움직임이 있으면 독소 흡수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이다.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낮게 해 고정해야 한다.
잘못된 상식에 따른 응급 처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행하는 잘못된 처치는 비상용 키트나 일반적인 칼 등으로 피부를 째 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신경이나 혈관, 건 등 연부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흡인 역시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해 아직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게 좋다. 상처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하거나 얼음물에 담그는 것도 효과가 없고 상처만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군대나 체육 시간에 배운 지혈대 사용은 동맥까지 막아 허혈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판단될 경우엔 탄력 붕대나 로프 등의 압박대로 교상 부위 5~10cm 위쪽을 손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갈 정도로 묶으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너무 세게 묶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독사 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산이나 들에 나갈 경우 보호 장갑이나 안전화 등을 착용하고 주위를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또 환자가 발생할 경우 빨리 119에 신고해 환자 이송에 대한 도움을 받거나 각 지역 1339로 전화해 의료진의 처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호준기자
도움말·1339 대구응급의료정보센터 김용환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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