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겨울 /이준규

앉아 있는 비참

창밖

화요일

벗은 뒷모습

죽는 해

앉아 있는 비참

눈 쌓인 저녁숲

숲을 지나가는 여인

풍금 소리

나무 터지는 소리

펼쳐 둔 시집

장갑

앉아 있는 비참

벗은 뒷모습

죽은 해

이 젊은 시인의 세계관에 근대라는 팻말을 매달 수 있을 것이다. 모더니즘의 외양과 서정시의 내면이 합쳐진 형태는 시인 백석도 공들였던 기법이다. 「겨울」에서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 고리는 어두운 묘사이다. 단문 혹은 단어들은 모두 병렬연결이다. 병렬임에도 불구하고 심리는 추억과 서정성의 직렬로 고조되었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앞의 와 마지막의 의 차이도 음미할 만하다. 외부는 고요하고 내부는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언술의 피륙이다. 젊은 시인들을 일제히 미래파라는 명칭으로 가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준규는 근대라는 감각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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