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단식쯤이야…." "오래 굶으면 혹시 몸에 이상 생기는 거 아냐?" "아, 배고파. 식사량만 줄여도 이렇게 배고픈데, 7일 동안 어떻게 굶지." "7일…, 가능할까?"
단식체험을 결심한 뒤 단식 돌입 직전까지의 감정 변화다. 단식 하루 전엔 은근히 겁도 났다. 굶어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허기가 졌다. 7일,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왕 결심한 것, 끝까지 버티면서 몸의 얘기를 듣고 느껴보기로 했다. 이번 단식 체험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각되고 있는 단식의 실체 및 효과를 직접 경험하기 위한 시도이다.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7박 8일간 대구여성환경연대 주최로 팔공산에서 열린 '몸살림 단식 캠프'에 참가했다.
두번째 관장하다 낯 뜨거운 경험
▷첫째 날=산 속에서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겠다는 기대는 입소 첫날 바로 깨졌다. 고상하고 우아한 단식을 기대한다면 꿈 깨시라. 속세에서 벗어나 '곡기'를 끊고 여유롭게 푹 쉬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똥'을 벗 삼아 '된장'을 친구 삼아 이들과 하루종일 뒹굴지 않으면 단식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식은 몸속 숙변 및 노폐물, 독소 배출을 위한 싸움이고, 체면과 깨끗함을 잠시 접어둬야 한다는 것을 첫날부터 경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관장에서 두 번에 걸쳐 다량의 변을 봤다. 막혀 있던 뭔가가 '쑥'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엔 갑작스런 '소식'에 결코 깨끗하지(?) 못한 경험을 해야 했다. 부끄럽게도 같은 방 식구들 앞에서 말이다. 단식 첫날, 우리는 이렇게 흉허물 없는 동지가 됐다.
4시간 동안 된장찜질로 독소 배출
▷둘째 날=새벽 5시, 일어나자마자 풍욕을 했다. 발가벗고 '이불을 덮었다 펼쳤다' 하니 다소 쑥스러웠다. 비타민 섭취를 위해 감잎차를 한 잔 마시고 나니 공포의 관장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변은 전날과 달리 덩어리 없이 누런 물만 나왔다. 이후 된장찜찔이 이어졌다. 4시간 동안 된장을 배에 붙이고 있어야 해 가렵고 땀도 나는 게 역시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과 수고 없이 수십년 쌓인 노폐물과 독소가 빠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 심보일 터. 찜질 후 다시 한 번 관장을 한 뒤 냉온욕을 하러 갔다. 냉탕에 들어간 지 5분도 안 돼 참기 힘들 정도로 몸이 차가워지고 떨렸다. 몸 속에 쌓인 알코올과 설탕 때문이라고 했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냉온욕 후 컨디션은 다소 회복됐다. 묽은 장국 조금 마신 뒤 강의를 듣고 자기 전 다시 풍욕을 했다. 하루 종일 정신도, 딴 생각할 틈도 없었다. 아직 이렇다할 몸의 변화나 명현현상은 없다.
몸이 천근만근, 아직은 버틸 만
▷셋째 날=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렵다. 단식과 휴식으로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하다. 어깨가 묵직하고 속도 더부룩하다. 관장을 해도 계속 누런 물만 나온다. 냉온욕은 전날보다 약간 수월하다. 다른 참가자들은 냉온욕할 때 얼굴, 팔'다리 등에서 좁쌀 같은 게 나오고 대변 볼 때 까만 모래알 같은 것이 나온다고 했지만 나에겐 그런 반응은 없다. 단식 3일째인데도 예상외로 견딜 만하다. 힘이 남아돌진 않지만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멀쩡하고 배도 크게 고프지 않다. 지금 같은 컨디션이라면 어렵지 않게 단식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간 해독하는 가장 중요한 일정
▷넷째 날=먹는 것이 없는데 매일 변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된장찜질 뒤 배에 울긋불긋한 반점들이 생겼다. 독소가 피부를 통해 나오는 것으로 된장찜질의 효과라고 했다. 냉온욕도 제법 익숙해졌다. 냉탕에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편해졌다. 이젠 몸이 떨리지도 않는다. 간을 해독하는 중요한 날이다. 관장해 비운 속에 올리브유를 마셨다. 간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 등을 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내일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단식 참가자들의 얼굴이 맑고 밝아졌다. 붉거나 검고 울긋불긋했던 얼굴들이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간의 지방'노폐물 동시에 쏟아져
▷다섯째 날=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갔다. 약간 노란색을 띤 누런 변이 조금 나왔다. 그리고 콩알만한 크기의 연두색 변 3, 4개도 나왔다. 풍욕 후 다시 올리브오일을 마시고 3시간 뒤쯤 관장을 했다. 올리브색 물과 함께 콩알 및 좁쌀만 한 변 수십개가 나왔다. 된장찜질 후에도 변을 봤는데 쌀겨 같은 변이 쏟아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누런 물만 나왔는데 갑자기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며칠 고여 있던 담즙산이 올리브유가 들어오면서 이를 녹이려고 쏟아지면서 간의 지용성 지방, 노폐물이나 독소 등도 함께 녹이는 효과라고 했다. 참가자들의 놀랄 만한 숙변 경험이 쏟아졌다.
허기'기력 저하…가장 힘든 하루
▷여섯째 날=단식 기간 중 가장 힘든 하루였다. 몸이 무겁고 잠이 쏟아져 잠이 덜 깬 채 풍욕을 해야 했다. 냉온욕 후엔 약간의 허기와 기력 저하 증상이 나타났다. 심장의 두근거림과 현기증이 일었고 팔'다리, 손'발도 저렸다. 몸이 호전되는 반응인 명현현상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참가자들도 힘이 없고 힘든 듯 보였다. 독소 운반 및 배설,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힘들면 힘들수록 독소가 그만큼 많이 쌓여있는 증거라고 한다.
놀랄 만한 몸의 변화 나타나
▷일곱째 날=컨디션이 좋아졌다. 피로도 가시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배에서 '꾸르르' 하는 소리와 트림이 자주 났고, 가스 배출도 많아졌다. 다른 참가자들은 몸에서 비린내, 구린내 등 각종 냄새가 난다거나 몸에서 모래알 같은 가루가 나온다고 했다. 단식 참가자 중엔 자궁암, 백혈병, 강직성 척추염, 루푸스, 간염, 류머티스 관절염, 갑상선 질환 등에 걸린 환자도 있었는데 밤 늦게까지 계속된 단식 후기 나눔에서 놀랄 만한 몸의 변화담이 이어졌다.
단식후 2주간 보식해야 효과
▷마지막 날=다들 7일 굶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큰 일이다. 보식 때문이다. 보식을 2주나 해야 하고 단식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면 한 달 정도 생식이나 생채식을 해야 한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보식을 잘못하면 단식 고생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은 물론 몸을 망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단식 후 체중이 4kg 정도 빠졌다.
심현정 대구여성환경연대 대표는 "단식은 식사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다. 관장을 통해 몸 속에 쌓인 숙변과 노폐물, 독소를 얼마나 잘 빼주느냐가 단식의 관건이다. 이 때문에 풍욕, 된장찜질, 냉온욕 등을 함께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속을 비우고 몸속 노폐물을 빼는 것이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몸을 치유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란 걸 단식으로 몸소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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