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커피향과 잔잔한 음악, 은은한 조명. 십자가만 아니었다면 이곳이 교회 1층에 차려진 찻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 했다. 최신식 커피 추출기에서는 '아메리카노', '카푸치노'가 계속 뽑아져 나왔고, 내부 인테리어는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도 커피 값은 1천원대에서 2천원을 넘지 않는다.
대구의 대형 교회들 사이에 커피숍 개점 붐이 일고 있다.
이들 교회 내 커피숍은 신도들 뿐 아니라 인근 주민, 직장인, 학생들에게 값싼 찻값으로 신선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친근한 교회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또 다른 선교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구중앙교회(북구 침산동)가 2006년 10월 신축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1층에 문을 연 카페 '올리브나무'. 주변의 대구일중, 북구청, 북부경찰서 등이 몰려있고, 침산동 푸르지오 아파트까지 있어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서 실내를 꾸민 이곳은 카페를 준비 중인 여러 교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카페 관리팀장인 배미용 권사는 "점심'저녁 식사후에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린다"며 "교회가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싼 찻값의 비결은 교회 소유 공간인데다, 신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때문. 사이다, 콜라 같은 음료수는 한 잔에 800원이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카페 수익금을 인근 학교 장학금이나 교회내 어려운 신도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활용, 교회를 알리는 효자 노릇도 해내고 있다.
6월 새 건물을 지은 대구범어교회(수성구 범어동) 1층에는 카페 '우물가'가 있다. 이 카페는 옛 건물에서도 있었지만, 이번에 더 크게 새 단장 했다. 이곳 역시 인근에 경동초교, 정화여고, 동도중 등 학교와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손님들이 많은 편. 특히 주일 때는 신도들로 넘쳐난다.
카페 수익금은 전액 장학 사업에 내놓는다는 게 교회 측의 설명. 아르바이트생인 김이레씨는 "시중 카페에는 담배 연기가 나기도 하지만 교회 카페는 쾌적한 공기와 싼 찻값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했다.
대구제일교회(중구 동산동) 100주년 기념관 1층에 자리 잡은 카페 '이스트 힐'은 일대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숨겨진 명소. 이곳 역시 1천원에서 2천원의 저렴한 커피값으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팥빙수도 2천500원이면 푸짐하다. 가게 안에 마련된 '자동 발권 기계'가 이채롭다.
배지희 권사는 "주변 학생들이나 동산병원 직원들도 많이 찾는다"며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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