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익숙지 않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말을 하게 된다. 그 중에는 공허한 말도 적잖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직장에서 남을 함부로 판단하면 자신도 함부로 판단받게 된다. 잘 모르면서 비판하면 '잘 모르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같이 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늘 좋게 생각하고 선한 쪽으로 판단하려 애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살아도 길지 않은 인생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못하는 이는 '말 못하는 이'다.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칭찬받을 일을 한 사람에게는 칭찬을, 격려받을 사람에게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고 섭섭잖게 할 줄 알아야한다. 지금부터라도 '말 잘하는 이'가 되도록 칭찬과 격려가 가득 담긴 감사의 말을 자주 해보면 어떨까.

'섭섭잖게'는 '섭섭하지 않게'가 줄어서 된 것이다. '-하지 않다' 따위가 줄어들 때 '-잖은, -찮은' '-게, -케' '-도록, -토록' '-지, -치'인지 헷갈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에 인용된 문장에서 이를 살펴보자.

"이를 위해 모네는 터치를 분할하고 색조를 가급적 원색으로 환원해 병치하기도 하며, 또 두껍게 바르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그는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직장생활에 익숙치 않다." "사람이 영 변변잖아서 일을 맡기기가 힘들다." "100년이 넘은 석조 건물들과 바닷가 옆을 나란히 지나는 옛 운하 주변의 커다란 석조 창고들이 한때 이곳이 홋카이도의 중심지였음을 짐작케 한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 나오는 '서슴치' '익숙치' '변변잖아서' '짐작케'는 '서슴지' '익숙지' '변변찮아서' '짐작게'의 잘못된 표기이다. '익숙지' '변변찮아서' '짐작게'와 달리 '서슴지'는 '서슴다'가 기본형으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이어 말이나 행동을 딱 잘라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을 말한다.

한글맞춤법 제39항은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될 적과 '-하지' 뒤에 어울려 '-찮-'이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그렇지 않은/그렇잖은' '적지 않은/적잖은' '변변하지 않다/변변찮다'), 제40항에는 어간의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는다('연구하도록/연구토록' '간편하게/간편케' '정결하다/정결타')로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면 '앞의 어간 끝 음절이 모음이거나 자음 ㄴ ㅁ ㄹ ㅇ'일 경우 '-찬은, -케, -토록, -치'로 된다. '익숙지 않은/익숙잖은' '적지 않은/적잖은' '생각하건대/생각건대' '깨끗지 않다/깨끗잖다' 등은 '모음 또는 자음 ㄴ ㅁ ㄹ ㅇ'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랑의 에너지는 감동이다. 감동을 주고받을 때 사랑은 강해진다. 사랑은 감동을 주는 행위이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감동을 주고받는 한주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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