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사인 볼트, 100m 9초5대 '인간 한계' 뚫다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17일 오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를 가리는 세기의 대결이 마련됐다. 지난해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급성장한 뒤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볼트와 타이슨 게이(27·미국), 아사파 파월(27·자메이카) 단거리 세 영웅 간 역사적인 대결이 성사됐다. 볼트와 게이, 파월은 각각 준결승에서 9초89, 9초93, 9초95를 찍고 전체 1~3위로 결승에 올랐고 볼트가 가장 좋은 4번 레인, 게이와 파월이 각각 5번과 6번 레인에 나란히 자리 잡았다.

셋이 스타트 블럭에 앉자 경기장에는 장엄한 음악이 흘렀고 모두가 숨죽여 이들을 주시했다.마침내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울렸고 함께 터진 카메라 불빛이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스타트 반응 속도 0.146초로 힘차게 블럭을 차고 앞으로 뻗어간 볼트는 0.144초로 앞서간 게이, 파월과 20m지점까지 나란히 달렸지만 30m를 지나면서 특유의 긴 다리로 속도를 높이며 한 발짝씩 격차를 벌려 나갔고 폭발적인 가속도를 끝까지 이어나가며 게이를 따돌렸다.

레이스 시작 전 양팔을 뻗는 독특한 세리머니로 자신감을 보였던 볼트는 결승선 40m 전부터 여유를 부렸던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과 달리 끝까지 진지한 레이스를 펼쳤고 마침내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어 볼트는 출발선 뒤쪽에 자리 잡은 자메이카 응원단에 다가가 세계 정상에 오른 기쁨을 함께 나눴다.

볼트가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원동력은 스타트를 개선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6cm의 큰 키에 다리가 길어 스타트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볼트는 올림픽 이후 약점을 집중 보완했고 게이와 파월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반응 속도를 높였다. 볼트는 이틀간 4차례 레이스에서 평균 스타트 반응 속도 0.145초를 기록했다. 올림픽에서 9초69로 세계기록을 세울 당시 반응 속도가 0.165초였던 점에 비춰보면 100분의 2초나 줄인 셈이다. 볼트는 빨라진 스타트 이후 30m부터 치고 나와 긴 다리를 이용한 폭발적인 스퍼트로 격차를 벌려갔고 결승선까지 성큼성큼 '41발자국' 만에 주파했다. 누구든지 스타트에서 볼트를 제압하지 않는 이상 중반 이후 레이스에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다. 볼트는 "쉬운 레이스가 아닐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계 기록으로 우승해 너무 기쁘다.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사타구니 수술도 미루고 경기에 나선 게이는 "오늘 기록 이상으로 뛸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진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고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파월은 "3위를 한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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