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이 조선왕조시대의 평안도 용천인가? 청와대가 인사 개편을 앞두고 정권 초기에 써먹은 세칭 TK 출신들을 줄줄이 솎아내고 이번 새 인사에서도 물먹일 거라는 보도가 나오기에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TK 배제 이유는 특정 지역 편중 인사 해소와 지역 안배 때문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구실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대파에 시달리기 싫어서 영합하는 역포퓰리즘 인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거의 10년 내내 편중 인사 비판을 받아온 좌파 성향의 정권을 끝장내고 뽑아준 MB정권이 반대파 눈치에 밀려 똑같은 역차별식 편중 인사를 따라한다면 600년 전 왕조시대로 퇴행하는 꼴밖에 안 된다. 進士(진사)'生員(생원)의 初試(초시)에서 합격 정원을 서울은 200명, 경기 60명, 충청 전라도 90명, 경상도는 100명이나 할당하면서 강원도 평안도(45명)와 황해도 영안도(함경도) 에는 35명으로 묶어 놨던 조선조시대의 西北(서북)인사 차별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정부 요직 160개를 분석해 보니 영남 70명, 충청 23명, 호남 21명이더라'는 민주당의 적반하장식의 시비와 TK 배제론으로 맞장구친 MB정권의 의식은 출신과 인맥에 의해 벼슬을 나눠 차지한 관료들의 폐해를 上疏(상소)했던 평안도 용천 태생의 15세 난 기생 초월보다도 못하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인구 4천500만의 우리는 행정구역과 인구 비례로 따지자면 중국의 큰 省(성) 산하 작은 市(시) 하나보다도 좁은 땅, 적은 인구에다 자유롭고 빈번한 주거 이동 구조다. 지역이니 출신, 고향 같은 단어가 무의미한 시대로 바뀌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실체가 사라져가는 지역 타령으로 다투는 시비가 공허하단 뜻이다. 젊은 미래 세대들의 공직 응시원서에는 본적 기재란까지 없애면서 어른들의 벼슬 자리에는 왜 케케묵은 지역을 따지고 앉아 있는가. 할아버지, 아버지 본적과 상관없이 어린 시절부터 학교 따라 직장 따라 팔도강산 주거를 옮겨 다니며 말씨까지 바꾸고 사는 21세기형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 출신이니 지역이란 단어가 지니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낡고 불합리한 박제된 사고의 틀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 하는 것도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이다.
광복절 기념사 같은 데에서 아무리 현란한 미래 지향적 미사여구를 나열해도 모순 덩어리의 낡은 사고하나 못 바꾸고 있으면 실용적 미래는 없다. 10년 가까이 지역 편중 인사 누릴 대로 누려 놓고 정권 뺏기고 나서는 '○○○ 씨를 말리려 한다'고 거품 무는 야당 사람들이야 그런 고약한 근성 때문에 심판받고 정권을 뺏겼으니 그렇다 치자. MB 새 정권은 왜 TK 배제론을 들먹이는가. 쓸 만한 인재가 정말 없다면 단 한 명이라도 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쓸 만한 인재들이 어쩌다 보니 다 TK 출신이라면 100% 다 TK로 채우고 호남 인재가 더 뛰어나다 생각되면 10년에 이어 또 호남 인재를 더 많이 써라. 그런 배짱 있는 인사가 제대로 된 인사다. 왜 정치적으로 편해보려고 안배를 핑계대며 나눠 먹으려 드나.
국정 인사가 칠순잔치 떡인가. 지금은 태어난 출신'고향을 평생 못 벗어나 사는 왕조시대가 아니다. 출신이나 지역의 경계가 사라졌다. 따라서 '지역 안배'라는 용어 자체도 사라져야 한다. 그저 유능한 인재를 능력과 자질만 따져 널리 찾아 쓰는 것뿐이다. MB시대 인사정책의 핵심은 안배'편중 따위가 아닌 그런 합리여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대구가 평점 A를 받았으면 그대로 지정하면 될 일이었다. B 평점 받은 오송을 끼워 넣은 건 솔직히 충청도 표가 마음 켕기고 욕심 나서가 아니었나? 경쟁력 유도라고? TK가 순박하다고 그런 거짓부리를 믿을 만큼 등신인 줄 아는가. 원칙적인 벌보다 賞(상)을 헤프게 나눠주는 포퓰리즘형 선심 정치는 통치자가 유약하고 카리스마가 약할 때 나타나는 증후다. '의료복합단지 이중 선정' 'TK 배제론'이 바로 그런 허약한 카리스마, 눈치형 리더십의 사례다.
MB는 배짱과 원칙을 지켜내는 용기를 더 단련하시라.
金 廷 吉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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