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1 남학생 엄마입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남만큼 뒷받침을 해주는 편인데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설득하는 능력이 없어서 그런지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여 공부를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좀 가르쳐 주십시오.
A: 미국의 언론 학자 얼 쇼리스(Earl Shorris)가 빈곤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취재를 하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여죄수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왜 가난하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정신적 삶이 없었기 때문입니다"라는 예상 밖의 답을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라거나 친구 때문에 등의 이유를 대지 않았습니다. 뜻밖의 답변에 놀라면서 "정신적 삶은 무엇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잘은 모르지만 극장, 연주회, 강연, 박물관 등, 이런 것들과 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얼 쇼리스는 노숙자, 마약중독자, 범죄자 등과 계속 인터뷰를 하면서 가난은 밥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정신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노숙자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가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는 클레멘트 코스를 열어 가난한 사람, 범죄자, 마약 중독자 등에게 철학, 문학, 미술, 시, 역사와 같은 인문학을 가르쳤고, 그 강좌를 통해 정신과 영혼의 힘을 재발견하게 된 상당수의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얼 쇼리스의 이야기는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는 것은 좋은 학원에 못 보내고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나 생활 측면에서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정신과 생각'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이 밥과 돈의 문제가 아니듯이 공부 역시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귀중히 여기는 자존감,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신감,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입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꿈의 실현을 위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을 성찰하는 힘은 강압적인 훈육이나 강요로 생성되지 않습니다. 대자연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문학과 음악을 통해 온몸을 적시는 감동을 경험할 때 그 힘은 가장 잘 형성됩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짧은 여행도 해 보시고, 같이 책도 읽으며 젊은 날 왜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를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윤일현(송원교육문화센터원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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