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와 수준 높은 관중이 부럽네.'
2009 독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는 매일 수많은 관중이 찾는다. 모두 자발적이다. 17일 남자 100m 결승전에는 5만1천여명이, 18일 옐레나 이신바예바(27·러시아)가 출전한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에는 4만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올림피아 슈타디온은 총 7만4천여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중들이 육상을 좋아하고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이 소개될 때도 어김없이 박수가 나온다. 꼴찌 선수들에게도 호응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 관중이 자국 선수들에게 보내는 열광적인 응원도 눈에 띈다. 트랙 경기에서 자국 선수 이름이 불리거나, 필드 경기에서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면 어김없이 열광적인 박수로 사기를 돋운다. 경기 도중에는 수만명의 관중이 마치 한 사람이 손뼉을 치는 듯 박자를 맞춰 기를 불어넣는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외국 선수라고 배척하지도 않는다.
17일 남자 100m 결승에 앞서 열린 여자 7종 경기의 마지막 종목인 800m 경기가 끝난 뒤 제시카 에니스(23·영국)가 금메달을 확정짓자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영국 국기를 몸에 휘두른 에니스는 함께 경쟁했던 동료 10여명과 함께 트랙을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0여명의 미녀 선수들이 함께 손을 잡고 관중에게 다가서자 관중은 모두 일어나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국적도, 인종도, 메달 획득 여부도 중요치 않은 모습이었다.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할 때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200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현지를 찾은 대구시 관계자는 "육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독일 국민이 무척 부럽다"며 "대구 대회에서도 시민들의 호응을 높이려면 한국 선수들이 대회에 많이 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