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해와 눈물' 조문객 1만명 넘어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를 맞은 20일 고인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한 김 전 대통령 빈소와 전국 분향소마다 정·재·관계 인사 및 시민 조문객이 몰려들고 있다. 19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이용훈 대법원장,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빈소를 찾아 헌화했고 정진석 추기경,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발길도 잇따랐다.

○…19일 빈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가 몰라보게 수척해진 얼굴로 조문객을 맞아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군사 정권 시절 고문 후유증과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 전 의원은 이날 저녁 부친의 영정에 꽃을 바치려 했으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날 홍일씨는 거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이날만은 힘주어 '아…버…지'를 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영정 앞에 헌화와 분향을 마친 그는 상주인 차남 김홍업 전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사람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고 말했다. 사형 문턱까지 갔다 고인 재임 시절 사면복권됐던 전 전 대통령은 고인 서거 전 문병에서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던 때"라며 쾌유를 기원하기도 했다.

○…고인에 대한 조문에는 어제의 적과 동지가 따로 없었다. 상도동계 맏형 격인 최형우 전 의원이 빈소를 찾아 동교동계 '큰 형' 권노갑 전 의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조문을 마친 최 전 의원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89년 6월 전국대학생협의회 대표로 방북했던 임수경씨도 부모와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임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가석방된 뒤 고인 재임 때(1999년) 사면복권된 바 있다.

○…투병 중인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빈소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말 초기 뇌졸중 증세로 신체 우측이 마비된 김 전 총재는 병원과 자택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지만 내각제 개헌에 대한 의견 차로 2001년 결별했다. 김 전 총재는 김상윤 특별보좌역을 통해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그분이나 나나 똑같다. 조용히 명복을 빌겠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박 전 대표는 "삼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모습의 김 전 대통령 사진을 팝업창으로 게재했다.

○…조문 발길은 김 전 대통령의 입관식이 거행된 20일 정오까지 줄기차게 이어졌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최열 환경재단 상임대표, 이태식 전 주미대사 등과 시민 애도가 계속돼 전체 조문객 수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입관식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유족만 참석한 채 거행될 예정이며 이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은 국회 광장에 마련된 공식 빈소로 옮겨진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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