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版 이태원 만든다

중구 삼덕소방서 뒤편 외국인 거리로

#19일 오후 외국인들이 지도를 들고 동성로 일대를 관광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다음달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중구 삼덕소방서 뒤편 거리를 외국인 거리로 꾸밀 예정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9일 오후 외국인들이 지도를 들고 동성로 일대를 관광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다음달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중구 삼덕소방서 뒤편 거리를 외국인 거리로 꾸밀 예정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도심에 외국인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인 '외국인 커뮤니티 단지'가 조성된다.

대구 중구청은 다음달부터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중구 삼덕소방서 뒤편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눈에 익숙한 조형물과 간판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외국인 거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또 내년초쯤엔 대구역 앞 대우빌딩 인근에 외국인들이 편하게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정기적인 외국인 벼룩시장을 여는 등 이 일대를 외국인 만남의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이미 대구에는 외국인이 100명 중 1명꼴일 정도로 다문화 사회가 정착하고 있고, 대구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이 일대에 외국인들을 위한 상점, 쇼핑몰,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대구의 이태원'으로 만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성로는 이미 다문화 시대가 진행중이다. 19일 오후 삼덕소방서 인근 로데오거리에는 짙은 선글라스를 쓴 채 인도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외국인은 물론 테라스가 설치된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는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외국인이 늘면서 일대 골목에는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음식점들이 촘촘히 생겨났다. 테라스가 널찍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카페와 함께 건물 2, 3층에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탈리아, 캐나다 음식점이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현(45)씨는 "얼마 전만 해도 동성로 전체를 통틀어 외국인을 상대하는 요릿집은 2, 3곳에 불과했는데 올해 들어서만 부근에 외국인 음식점 세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고 했다.

대구역 맞은편 일대도 주말만 되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작은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다. 주말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주말에도 문을 여는 은행까지 생겨났다. 이곳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2·여)씨는 "부쩍 늘어난 외국인 손님들 때문에 이 일대 상인들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등 서너개 언어로 인사를 나눌 정도가 됐다"며 "경기가 어렵지만 그나마 외국인들 덕에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소장은 "인위적으로 도심과 격리시킨 채 외국인 거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도시 한복판인 동성로 등에 한국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외국인 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가 지난 5월 외국인 주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시기 2만2천822명보다 2천602명이 늘어난 2만5천424명으로, 대구 전체 주민등록 인구인 249만1천901명의 1.02%로 집계됐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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