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神機箭과 나로호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로켓형 병기는 고려 말 화약 개발자인 최무선이 화통도감에서 제작한 '달리는 불'이란 뜻의 走火(주화)다. 주화는 그러나 결함이 있어 신병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선 초 아버지 최무선이 남긴 '화약수련법'과 '화포법'을 통해 무기 제조 비법을 전수받은 최해산은 세종 30년인 1448년 주화를 개량한 신형 로켓 추진 화살인 神機箭(신기전)을 개발했다.

성종 때 발간한 '국조오례서례'의 부록격인 '병기도설'의 기록을 보면 화약을 채운 약통 아래에 분사 구멍을 뚫어 화약이 탈 때 내뿜는 가스의 힘으로 날아가게 만든 신기전은 제작 노하우가 釐(리) 단위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현대 도량형으로 따진다면 ㎜ 단위까지 계산된 정밀함이 돋보인다. 또한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 등 전장에서의 용도에 따라 무게와 비거리가 다양한 점이 특징이다.

신기전을 제작할 때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분야는 약통 속 화약의 점화와 화약이 타들어가면서 생기는 추진력의 발생이었다. 이때 고안한 방식은 끝이 뾰족한 송곳을 약통 아래 분사 구멍에 끼우고 화약을 아래에서부터 다져 넣은 다음, 송곳을 빼내면 약통 속에 미세한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의 산소를 이용해 도화선의 불이 화약을 점화함과 동시에 화약이 타들어가는 면적도 넓어지게 했다. 추진력을 더욱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대신기전의 최대 비거리는 2㎞까지 가능했다. 이 나라 화약 가문이 2대에 걸쳐 이뤄낸 성과로 당시 세계가 놀랄 획기적 병기였음에 틀림없다.

19일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던 한국형 첫 우주발사체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 나로호 발사가 카운트다운을 하다 말았다. 러시아제 1단 로켓 발사체 내 밸브를 작동시키는 고압 탱크의 압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는데 구조적 결함인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재촉해야 할 것은 독자적인 우주 기술력의 확보다.

560여 년 전 의주성 앞. 시험 제작된 90여 개의 대신기전이 붉은 화염을 토하며 성공리에 치솟아 올랐다. 현대 과학과 기술력의 총집합체이자 한국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나로호가 멋진 飛行雲(비행운)을 그리며 하루빨리 창공을 가로지를 것을 기대해 본다.

우문기 교정부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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