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이 또다시 '잭팟'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서진은 MBC 수목드라마 '혼'(극본 인은아, 연출 김상호 강대선)을 통해 첫 회 11. 7%, 2'3회 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제조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혼'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서진은 밤샘 촬영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내색하지 않지만 그 역시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에 한껏 고조된 눈치였다.
"드라마 시청률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게 현장 분위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보다는 김상호'강대선 감독과 후배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죠."
사실 이서진이 '혼'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이산'으로 절정의 위치에 올랐던 이서진에게 새로운 작품에 대한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아보였다.
여기에 이서진은 연인과의 결별이라는 악재가 덧붙여졌다. 자의건 타의건 결별 이후 긴 시간 잠행한 그의 행보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연기생활 최대 위기'라는 숙덕거림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서진의 선택은 남달랐다. 긴 호흡의 대하사극, 혹은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현실 하에서 10부작 납량특집극을 택했던 건 평소 장르드라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만의 확신과 작품을 보는 이서진의 안목이 시너지를 발휘한 덕분이다.
2008년 매섭게 춥던 어느 겨울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이산' 촬영에 한창인 이서진을 만난 적이 있다. 깐깐하고 까칠할 것같은 외양과 달리 그는 기자의 저돌적인 질문에도 서글서글하고 유쾌하게 답했다.
당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연인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덕분에 그의 멘트 한마디 한마디는 기사화돼 포털사이트의 메인화면을 장식했다.
이서진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전 연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이서진은 그녀와 이별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굳은 뜻을 전했다. 기자 역시 사람인지라 헤어진 사랑에 대한 상처가 채 아물지 못했을 것 같은 그의 마음을 헤집고 싶지 않았다.
주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그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별은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지인은 "이별에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두 사람이 연예활동을 하는지라 섣불리 인과관계를 따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이서진의 성격상 한번 말 안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입을 다물 것이다. 그런 남자다운 모습이 이서진의 신조다"고 전했다.
두 시간여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서진은 자신의 새 작품 '혼'과 평소 품고 있었던 연기관, 자신의 일상사에 대해 나직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털어놓았다. 예민할 수 있는 각종 루머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원스레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애 아빠'가 된 동네 친구들과 집근처 서래마을에서 맥주 한잔하는 여유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친구들은 모두 애 아빠인데 서진씨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죠"라고 묻자 그는 잠시 멈칫했다.
"지금은 결혼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아니, 생각조차 할 수가 없네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마음의 여유도 없고. 당분간 일에만 몰두하고 싶어요."
지금의 이서진에게는 '새로운 사랑'보다는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에게서 오는 위로가 더 커 보였다. 특히 이서진은 '이산'을 하며 '사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산' 스태프는 현재 '혼'의 스태프를 맡고 있으며 이서진이 오랜 침묵을 깨고 '혼'에 합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산'을 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어요. 드라마 촬영장도 작은 사회를 이루잖아요. 사회 구성원으로 일적인 면에서는 완벽해도 인간적으로는 두루뭉술하게,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마음에 들었어요. 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준 친구 김상호 감독과 과거 '텔미섬싱'을 집필한 인은아 작가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이서진은 지적이면서도 냉철한 프로파일러 '신류' 역할을 통해 '정조 이산'의 중후한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차갑고 이성적인 프로파일러가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양극단의 연기는 이서진이 아니면 쉽게 도전하지 못할 영역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2회 방송을 마친 뒤 이병훈 감독님께서 문자 메시지로 '멜로나 액션물을 선택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정조의 이미지가 컸는데 프로파일러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쌓은 건 훌륭한 선택'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연출을 몇십년 했던 '대가'께서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더욱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이서진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뉴욕대 학사를 마친 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26세에 군입대를 위해 귀국,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군복무를 마쳤다. 뒤늦게 연기생활을 하기 위해 방송가에 뛰어들었을 때는 29세,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 33세. 10대 시절부터 기획사를 통해 훈련된 요즘 연기 지망생들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느긋한' 걸음걸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의 나이 서른아홉,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그 나이 또래 남자배우들은 대게 과거의 캐릭터를 답습하거나 누군가의 삼촌'아빠'가장 역할로 일관하곤 한다.
"아직까지 나이 때문에 역할에 제한을 받지는 않지만 아마 몇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지곤 해요. 미국의 잭 니컬슨만 봐도 60세 넘어서까지 주인공을 맡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나이 든 선배 연기자들이 주인공을 맡으면 작품의 인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다행히 요즘은 조금 나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이서진은 더욱 장르드라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방송국도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향한 나래를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막장드라마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들은 일본 드라마나 미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죠. 그들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장르드라마를 통해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안 되는 인연의 멜로물로 잡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이서진은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감을 즐기는 연기자다. 그러한 이서진의 선택이기에 드라마 '혼'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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