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이상 지속된 장마 저온현상 연출
올여름 날씨가 이상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야 하지만 대구는 8월 중순까지도 선선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만하면 악명 높은 대구의 무더위가 실종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올무더위는 여름보다 봄에 더 심술을 부렸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5월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대구의 5월 평균기온은 20.9도, 평균 최고기온은 27.7도로 1907년 대구에서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고의 5월 무더위를 기록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올 여름은 사상 최대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인해 그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가장 무더워야 할 8월 초(1~6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2도로 예년보다 2.3도 낮았다. 대구의 경우 이달 들어 11일까지 최고기온은 단 하루도 30도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8월 1~11일까지 최고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7월에도 올해는 최고기온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15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8일로 올해 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
저온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덜 받았고, 장마도 길게 지속되면서 무더위를 식혔기 때문이다. 40일 넘게 지속된 장마로 인해 7월 전국 평균강수량은 평년보다 86%나 많은 490.6㎜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백두대간을 기점으로 서쪽은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보이는 반면 동쪽은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모기 격감…기온 오르면 언제든 기승
'여름 같지 않는 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것은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급증 추세를 보이던 모기가 지난달 중순부터 격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11일 전국 39곳에서 잡힌 모기는 3천200여마리로 예년(2004∼2008년) 평균보다 29.8% 많았다. 그러나 같은달 12~18일에는 1천500여마리, 19~25일에는 2천여마리가 잡혀 예년보다 14~30% 정도 줄었다. 경북보건환경연구원이 3, 4일 경산 와촌에서 실시한 모기개체수 조사에서도 채집모기는 76마리로 지난해 388마리에 비해 80.4%나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었고, 집중호우가 자주 쏟아지는 바람에 모기가 서식하는 환경이 열악해져 개체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는 하수구 등 얕은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데 집중호우로 알이 유충이나 번데기로 성장하지 못한 채 떠내려 가는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
하지만 모기가 다시 늘어날 여지는 아직 상존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온도 변화에 민감한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산란주기가 짧아져 개체수가 급증하기 때문에 기온이 높아질 경우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외래종 주홍날개꽃매미 늘어 과수에 큰 피해
이상기온으로 모기는 줄었지만 다른 곤충들은 오히려 증가해 폐해를 낳고 있다. 전국은 지금 '매미소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매미소리는 예년보다 유난히 요란스럽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매미 생존율이 높아진 데다 생태계 변화로 국내 서식종보다 소리가 큰 외래종 말매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말매미 소리의 경우 약 75㏈로 전용 주거지역 소음기준(낮 50㏈, 밤 40㏈)을 크게 뛰어 넘는다. 농민들은 외래종 주홍날개꽃매미 확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충으로 분류되는 주홍날개꽃매미 발생면적은 2006년 1㏊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2천765㏊로 확대됐다. 원인은 역시 지구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올라가면서 유충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무 즙액을 빨아먹는 주홍날개꽃매미는 과수에 큰 피해를 준다.
◆벌에 쏘인 시민 증가, 진딧물 이상 번식
벌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대구동부소방서 119구조대의 경우 지난해 6~9월 벌떼로 인한 출동건수가 26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매달 10건 이상씩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벌떼 관련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한 경우는 총 6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8% 늘었고 올해 상반기 벌에 쏘인 시민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봄철에는 진딧물이 기승을 부렸다. 5월 진딧물이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대를 습격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해 해충이 거의 없었으나 올해는 배추'무'감자 등에 진딧물이 이상 번식했다. 올 5월 고랭지 평균기온은 13.7도로 과거 35년간 평균기온보다 1.8도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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