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기온 때문에…]농작물 희비 엇갈려

◆여름송이 풍작…날씨 때문에 향도 풍부

긴 장마와 이상저온으로 여름송이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이 수확되고 있다. 울진군산림조합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이 미미해 여름송이를 수매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7일 16kg을 수매하는 등 10일까지 498kg을 사들였다. 영덕군산림조합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4t(3억5천여만원)의 수매실적을 올렸다. 휴일인 9일 영덕에서만 무려 1t이 넘는 송이를 채취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청송에서도 여름송이가 많이 나오고 있다. 7월 말부터 여름송이 채취가 시작된 청송에서는 11일 기준 하루평균 500kg 이상 수확되고 있다. 또 3일에는 팔공산 일대에서 채취한 여름송이가 대백프라자 푸드월드매장에 첫 선을 보여 식도락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예년에는 거의 맛볼 수 없었던 여름송이가 올해 풍작을 보인 것은 송이 생장 적정온도인 18~25℃의 시원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 울진'영덕군산림조합에 따르면 7월 평균기온은 21.3도로 지난해보다 3.6도 낮았다.

여름송이는 향기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요즘 나는 여름송이는 가을같은 날씨 때문에 송이 특유의 향도 제법 머금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송에서는 1kg당 가격이 4만5천원선(등외품)에서 13만원선(1등품)에서 형성되고 있어 농가소득 향상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청송에서 송이를 채취'판매하는 남성호(40'주왕산농장)씨는 "송이는 80%가 수분으로 이뤄져 송이 생산량은 습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올해는 비가 자주오고 날씨도 무덥지 않아 30년 만에 최대의 작황을 보일 정도로 여름송이가 많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추잎 마르고 과일 당도 떨어져

하지만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과 저온현상은 농작물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지역 고추밭에 탄저병이 돌아 고춧잎이 말라가고 있으며 고추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역병마저 확산되고 있다. 참깨와 콩은 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빈껍질에 잎만 무성한 경우가 많으며 과수 농가는 낙과 피해와 함께 당도가 떨어져 값이 내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벼 수확 타격 커

내륙'산간지역은 냉해 피해도 우려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기온보다 0.8도 낮았고 일조시간은 월평균 최고 50시간 이상 적었다. 특히 강릉'울진'영덕 등 동해안 지역과 제천 등 충북 일부지역, 안동'봉화 등 경북 내륙산간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1.6도 떨어졌다.

농촌진흥청은 이삭이 배는 시기에 저온현상이 지속되면 농작물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높은 기온과 많은 일조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수확량 감소와 함께 작물의 내성이 약해져 병해충에 쉽게 노출된다. 농작물 중에서는 벼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생육이 더뎌진 사과'고추 등의 수확량도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저온현상 지역이 넓어 1980년 발생했던 대규모 냉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80년 당시에는 냉해로 벼 수확량이 30%가량 감소해 가격이 폭등했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벼 이삭이 제때 나오지 않거나 웃자란 벼에 잎도열병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는 농작물 병충해 발생 증가와 과수 피해를 막기 위해 11일부터 4일 동안 합동점검을 벌였다.

한편 한반도 온난화로 인해 주요 농작물의 북방한계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0년 동안 10년에 0.289도가 상승해 전세계 기온상승(0.128도)의 2배가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에 아열대 기후대가 나타나면서 그린글로브'오크라'쓴오이'인디언시금치'강황'차요테'사탕무 등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부쩍 늘고 있다. 온대과일인 사과의 재배 면적은 줄고 있는 반면 여름과일인 복숭아 생산량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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