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레빈의 '모스 가족의 용기있는 선택'을 읽었다. 엘렌 레빈은 뉴욕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하였는데, 사회와 정치의 문제를 어린이'청소년과 함께 나누기 위해 다양한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 칼데콧 명예도서상을 수상한 '헨리의 자유상자' '만약 마틴 루터 킹의 시대에 살았다면' '자유의 아이들' '춤의 천재 안나 파블로바' 등의 책을 썼다.
이 책은 매카시 시대를 살아간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을 초토화시킨 반(反)공산주의 열풍이다. 미국의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J.R 매카시는 1950년 2월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외교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경색된 반공노선을 걷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책의 화자는 제이미라는 이름의 10대 소녀로 "나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 대회가 있다면 세계 챔피언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고 말한다. 제이미는 왜 거짓말쟁이가 되었을까? 부모님이 신문을 사오라고 하면 보수일간지 속에 부모님이 보는 신문을 몰래 숨겨서 사와야 하고,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다. 제이미의 가정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제이미의 아빠는 고등학교의 유능한 수학교사이고, 엄마는 유명한 라디오극의 대본을 쓰는 작가다. 외할머니와 외삼촌, 큰아빠, 큰엄마가 제이미네 가족이다. 무척 지혜로운 외할머니는 러시아 차르독재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왔기 때문에 자유와 정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분이다. 큰아빠와 아빠는 고아로 자라며 온갖 고생 끝에 가족을 이룬 배경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제이미와 같은 학교에 다녔던 해리엇의 아빠 이름이 신문에 실린다. 대학교수였던 해리엇의 아빠는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났고, 해리엇네 가족은 이사를 가야만 했다. 그 이후 아이들은 해리엇을 피하고, 해리엇은 전학하게 된다. 얼마 후 제이미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아빠가 해고되고, 이어 엄마조차 직장에서 쫓겨난다. 실의에 빠진 큰아빠는 술집에서 술만 마시고, 제이미도 무척이나 애착을 갖고 있는 학교 신문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선생님들도 하나 둘 학교에서 사라진다. 제이미는 이제 외톨이가 되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가족의 비밀을 지키려 했던 제이미의 노력은 소용이 없어졌고, 이제 제이미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모스 가족은 용기를 잃지 않고 잘못된 것에 대해 항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이 가족을 돕기도 한다. 제이미는 청문회를 열 것을 공식 요청하여, 청문회를 통해 학교 신문사에 다시 복직하고 아빠는 매카시가 출연한 TV 청문회에서 용감하게 매카시에 맞선다. 엄마는 어린이들에게 미국 역사의 소중한 진실을 알리는 책을 쓰기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이 '용기 있는 선택'이다. 모두가 침묵한 채 조용히 있기만 했다면 매카시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용기있는 이들의 작은 말과 행동이 조금씩 잘못된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동유럽과 중국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승리에 놀란 사람들의 두려움과 좌절감에 편승해 수많은 미국인들을 분열과 혼란에 빠트린 매카시. 마침내 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다른 공화당 및 민주당 지도자들까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상원의원의 신분을 벗어난 천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상원의 동료의원들로부터 공식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던 그의 현란한 논조도 인기를 잃게 된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늘 경계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불안과 무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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