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어릴 적 마을 앞 널따란 강가 숲의 이태리포플러 가지에 숨어 청량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들으며, 반두로 물고기를 잡고 수박서리를 하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주말을 이용해 고향 마을, 청송 송생리에 갔었는데 옛날만큼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마을 주변의 숲이 없어지고 과수에 농약을 뿌리는 등으로 매미의 생존 환경이 파괴된 때문이다.
반면 요즘 도심에서는 매미 울음소리 때문에 난리다. 아파트 앞 조경수에 붙은 매미들이 밤마다 울어대는 바람에 사람들이 한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닫아야 하고, 그 소음으로 인해 잠을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매미 소리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또 아이들은 "시끄러워 공부를 못할 지경"이라고 불평을 쏟아놓고 있다. 매미 소리는 본래 입추와 말복이 교차하는 시점에 가장 우렁차고 처절하게 들려온다고 한다. 1년의 3분의 2가량을 넘기면서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맘이 급해지고, 살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미 소리는 소리 측정 단위로 75㏈쯤 된다고 한다. 여성의 하이힐 굽 소리 73㏈, 지하철 소음 83.9㏈ 지하철 개찰구 소음 90.6㏈ 등에 비춰볼 때 매우 시끄러운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50㏈ 이상은 소음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이명, 청력 저하 등을 초래하고 85㏈ 이상에 매일 8시간 노출되면 청력을 완전 상실하게 된다는 게 의학상식이다.
매미가 더 이상 잠자리채를 들고 다니며, 곤충채집을 하던 어릴 적 동심을 자극하는 곤충이 아니라 해충으로 취급받는 이유기도 하다.
이처럼 매미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다름 아닌 모두 우리 인간들 때문이다. 매미는 종족 번식을 위해 암컷을 부르면서 소리를 낸다. 그런데 차량 소음 등으로 도시 전체가 시끄럽다 보니 더 크게 소리를 내 암컷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도심의 네온사인과 조명'가로등'보안등 등 불빛으로 인해 밤이 밝아진 것도 매미가 소리를 더 내게 하는 요인이다. 또 본래 낮에만 우는 매미가 높은 조도(照度)로 인해 밤을 낮으로 착각해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심에서는 높은 건물로 인해 울림 현상이 심해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면서 주거공간 전체가 소음도가니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매미는 대개 겨울 동안 유충 상태에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 기온 상승과 함께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주 '주간매일' 테마를 '지구온난화'로 한 것도 요란해진 매미 소리에서 착안한 것이다.
'매미가 극성'이라고 말하지만 '인간들의 극성'으로 인해 땅 속 유충에서 7년 만에 태어난 매미들이 단 7~20여일을 살기 위해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암컷 매미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 울어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상에서 당장은 매미가 귀찮은 존재이지만 그 소음이 연중 지속되지 않고, 어쩔 도리가 없는 이상 벙어리인 암컷을 위해 여름내내 목이 터져라 울어주는 수컷 매미의 정열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다가올 것이다. 매미 소리! 받아들이기에 따라 소음과 굉음이 될 수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로 내 마음인 것이다.
황재성 주간매일 취재부장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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