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지독하게 유기농 식단을 고집하는 식당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싶다.
갤러리 신라와 나란히 있는 대구 중구 대봉1동 '신라 유기농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울 유명 갤러리에는 어김없이 최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만남이다.
유기농 열풍이 불기 전인 2003년 오픈해 2004년 유기농 레스토랑으로 모습을 바꾼 '신라 레스토랑'은 철저하게 유기농을 고집하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에서 스파게티는 직접 만든 생면을 쓴다.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를 식당에서 직접 밀어 유기농 스파게티라 자신할 수 있다. 계란은 자연 방사된 토종 유정란을 쓰고 소금은 안데스산 천연 소금을, 유기농 발사믹식초를 사용한다. 설탕도 유기농임은 물론이다.
'신라 유기농 이탈리안 레스토랑' 박수진 사장은 "'한 끼 식사가 보약'이란 신념으로 유기농 식재료로 즉석 가정식 요리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집은 제철 메뉴가 주를 이룬다. '사람 몸에 좋은 음식은 대지의 기운과 같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래서 스테이크의 가니쉬도 철마다 변한다. 요즘에는 제철을 맞은 가지와 호박이 올라온다.
직접 만들지 않은 건 첨가하지 않는다. 레몬 소다에는 직접 짠 레몬즙이 들어가고 요구르트도 유기농 우유로 직접 발효시킨다. 모든 음식에는 무'양파'버섯 등을 끓여 졸인 야채수프가 베이스로 들어간다. '유기농 식당'인 만큼 그 이름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
유기농 재료만을 고집하다 보니 재료 수급이 가장 어렵다. 버섯은 천안에서, 소스용 토마토 홀과 코코아는 독일에서, 홍차는 영국에서 소규모로 들이는 식이다. 좋은 고기가 없으면 아예 스테이크를 팔지 못할 때도 있다. 음식 맛의 70%는 재료가 결정하는 만큼 70%는 이미 확보한 셈이다.
박 사장의 고집은 주방에서 빛을 발한다. 알루미늄보다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이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조리기구를 스테인리스로 다 바꿨다. 무겁고 비싸기 때문에 이것은 호텔 주방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또 세제까지 값비싼 천연세제를 사용한다.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는 매일 삶아 소독하고 접시도 일주일에 한 번 삶는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빵. 식빵이나 마늘빵은 천연 발효종으로 최소 일주일 이상 걸려 만들어진 것들이다. 유기농 건포도로 천연 발효종을 만들고 빵을 발효, 숙성시키는 데 겨울에 15일, 여름에 7일이 걸린다. 쿠키와 케이크도 유기농 재료로 만든다. 식빵은 일주일에 세 번 구워내고 케이크 등은 미리 예약하면 만들어준다. 유기농 베이커리의 담백한 맛이 알려지면서 주문하는 사람들도 차츰 늘고 있다.
인테리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갤러리 신라가 현대미술 전문 화랑인 만큼 천장이 높고 레스토랑 곳곳에는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이 놓여있다.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도 공간에 녹아들면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남편인 갤러리 신라 이광호 관장과 해외 유명 아트페어를 다니며 공수해온 예쁜 소품과 식기들로 눈이 즐겁다.
박 사장은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15년간 플루트를 연주했던 플루티스트. 그래서 이곳의 음악도 수준급이다. 날씨와 손님,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주인의 배려가 돋보인다. 진공관 앰프에선 늘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박 사장의 유별난 노력 덕분에 세계적인 외국 작가들도 이 레스토랑의 음식 맛과 분위기, 음악에 반했다.
이렇게 공을 들이고 원재료값이 비싼데도 무조건 '비싸다'고 탓하는 고객을 만나면 속상하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가도 '밥 장사가 복 짓는 일'이란 옛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대구에도 이런 식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철학과 이상이 있는 식당 말이죠."
안심크림파스타'해물토마토파스타 2만5천원, 코스요리 4만5천~6만5천원선(부가세 별도). 053)421-162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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