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빈소에 시민들 밤새 조문…노제 않기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식 빈소가 20일 국회에 마련됐다. 이날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입관식 직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은 국회의사당 앞 광장으로 옮겨졌다. 6선의 의회주의자로 "국회의원은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며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빈소와 영결식 장소를 국회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오후 1시 30분 세브란스병원 안치실 1층에서 치러진 입관식은 천주교 의식에 따라 미사와 예배로 진행됐다. 입관식에는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 25명과 한화갑 권노갑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입관 미사가 끝나자 이 여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수 뜨개질한 수건을 남편의 시신 위에 덮은 이 여사는 이날 아침 직접 쓴 '마지막 편지'를 자신의 자서전(동행-고난과 행복의 회전무대)에 끼워 고인의 관 속에 넣었다. 입관식장은 금세 눈물 바다가 됐다.

오후 4시 20분 입관식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관은 세브란스 병원을 떠나 국회광장에 마련된 공식 빈소에 캐딜락으로 운구됐다. 차남 홍업씨의 장남 종대씨가 영정을 들었고, 권노갑 전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관을 운구했다. 연도에 자리한 시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운구 행렬은 세브란스병원 출발 10여분 만에 국회에 도착했고, 고인은 곧 특수 유리관에 안치됐다.

국회에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길게 줄 서서 기다렸던 조문객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상주 완장을 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일제히 고개 숙여 묵념했고, 유가족들을 시작으로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단,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분향에 나섰다. 이후 오후 5시부터는 일반 시민 조문이 이어져 밤새 계속됐다.

행정안전부는 20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國葬)에서 노제(路祭)는 열지 않기로 유족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대통령 국장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르기 위해 법에 따른 영결식을 계획하고 있다"며 "노제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도 19일 국무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유가족 측에서도, 정부 측에서도 노제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영결식이 끝나면 김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 행렬은 곧바로 장지인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5월 29일 치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때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발인제와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뜰의 영결식에 이어 화장을 위해 경기 수원 연화장으로 운구되기 전 서울광장에서 노제가 치러졌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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