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방학 시즌에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영화들이 극장가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올여름에도 부산이라는 친숙한 배경이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만들어진 '해운대'와 전 세계에 판타스틱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상영 중이다. 현재 해운대는 1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고, 국내에서만 누적 관객 수가 2천만 명이 넘는 '해리포터'는 '해운대'와 함께 대히트하고 있는 감동 실화 '국가대표'의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북미를 비롯한 영어권과 비영어권 국가 전체의 여름 극장가를 장악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해리포터'나 '해운대'의 인기를 보면서 뇌리에 선명히 새겨지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다. 아시아 최고의 관광 해변가로 부각되는 '해운대'와 2004년 역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낸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접목시키며 '허구가 아닌 허구'로 가족과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한 것과 누구도 상상 못했던 마법학교의 판타지적 모험 이야기로 전 세계에 '해리포터 신드롬'을 일으킨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창조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큰 경제적 파급 효과를 보여주는지 잘 알 수 있다.
영국의 '조앤 롤링'이 쓴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는 전 세계에 4억 부의 판매고를 올린 것뿐만 아니라 출판, 영화, 캐릭터, 음악 등의 분야에 걸쳐 300조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가진다고 하니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10년 동안 반도체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230조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해리포터'의 놀라운 경제 파급 효과를 보고 문화부에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 문화콘텐츠산업으로 국민 총생산(GDP)을 10%까지 올리고자 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영국의 또 다른 국민작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또한 단 한 권의 책과 영화로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이제는 뮤지컬 공연으로까지 시장을 확장시켰다. 그로 인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뉴질랜드의 산업구조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전 세계가 문화콘텐츠산업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80세가 넘은 미국의 '미키 마우스' 할아버지는 여전히 연 6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의 35세 고양이 '헬로 키티' 아줌마는 천문학적인 매출액을 자랑하며 국가 산업 전반과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많은 대기업들이 20~30년씩 고수해 오던 사훈을 바꾸고 있다. 리더십의 세대 교체와 함께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획일화'를 외치던 지난 시절과는 달리 모두들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넥타이에 양복'이라는 공식도 깨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선택적 출근시간'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세계 3차 대전'의 승리를 위한 전략들이다.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 그것이 바로 이야기 전쟁이며 능력 있는 이야기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곳이 지금 바로 21세기다.
그러나 잘 만든 이야기 하나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세계인들을 공감시키고 또 직접 찾아오게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바로 그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공연도 동일하다. 뉴욕과 런던의 뛰어난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들이 지구적 성공을 이루는 반면 대한민국 창작 공연의 세계화 성공 사례는 아직도 전무하다.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키워낼 양성기관도 인적 인프라도 부족한 현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옛 KT&G 자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구문화창조발전소'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곳을 통해서 문학, 미술, 음악, 공연, 게임 등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창조적 사고를 통해 얻어진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고, 훗날 제2, 3의 '해리포터'와 '해운대'가 대구에서 탄생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어린 시절 한 번의 소중한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99%의 감성과 1%의 지성이 문화콘텐츠를 성공시키듯 우리 자녀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창조적 문화 교육'으로 '대구문화창조발전소'와 함께 또 다른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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