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막걸리 거리'

문장이 뛰어나 조선 중기 四大家(사대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 張維(장유)는 '飮酒自解'(음주자해'음주에 대한 스스로의 해명)란 시를 남겼다. "시골 막걸리 시금털털하긴 해도/ 그 속에 묘한 맛 들어 있나니/ 한잔 기울이면 단박 얼큰해/ 몇 잔까지 마실 필요 아예 없다오/ 어느새 풀어지는 근심 덩어리." 더할 나위 없는 막걸리 예찬이다.

西紀(서기) 전부터 벼농사를 지은 만큼 이 무렵부터 쌀로 만든 막걸리가 등장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역사가 2천 년이 넘는 셈이다. 막걸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한 친구 같은 존재다.

한때 홀대받았던 막걸리가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유산균'비타민B가 풍부해 건강에 좋은 술로 알려지면서 막걸리 연간 출고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먹고 나면 머리 아픈 술'이라며 막걸리를 기피했던 젊은층 사이에선 생과일 주스를 섞은 막걸리 칵테일도 유행하고 있다. 일본인들도 막걸리를 '마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라 부르며 선호하는 추세다.

'막걸리 열풍'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역 막걸리들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대구경북에는 막걸리 종류가 140여 가지나 되지만 전국에 이를 알리고, 지역 대표 상품의 하나로 키우려는 노력이 미미한 것이다. 막걸리 타운으로 유명한 전주, 우리나라 민속주 제1호로 지정된 금정산성 막걸리가 있는 부산 등이 적극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음달 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막걸리 트랜스포머전'에 출품되는 전국 10개 막걸리 중 지역 막걸리는 하나도 없다.

대구에도 막걸리 거리가 하나쯤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향촌동과 같은 유서 깊은 곳에, 대폿집이 늘어선 막걸리 거리를 만들어 볼 만하다. 이곳에서 140여 개에 이르는 지역 막걸리를 팔면 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배추전과 같은 경상도 특유의 막걸리 안주도 갖춘다면 막걸리 애호가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시인들의 시를 곳곳에 걸어놓거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막걸리와 어울리는 국악 공연 또는 시 낭송회를 여는 것도 좋겠다. 대구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없다는 마당에 지역의 맛과 멋이 물씬 풍기는 막걸리 거리는 대구경북을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값을 할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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