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에서는 시내 쪽으로 산줄기가 여러 개 내리뻗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얼마 안 가 大明川(대명천)이라는 하천에 의해 끊긴다. 큰 강까지 길게 제대로 이어가는 산줄기는 사실상 하나뿐이다. 큰골과 강당골(및 고산골)을 가르며 내려서고, 그 위로 항공무선표지소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이 난 그것이다.
이 산줄기는 차후 미군부대∼남부경찰서∼영남이공대∼경상공고∼소화성당∼두류타워∼반고개∼애락원∼남평리네거리∼한국섬유개발연구원∼국채보상로(이현공단 구간)를 거쳐 세방골을 통해 와룡산으로 연결해 간다. 이어 신당고개로 잠깐 숙인 후 다시 올라 궁산이 됐다가 강창교 지점에서 금호강을 만나 수명을 마친다. 앞산의 '궁산지맥'이라 할 만하다.
이 산줄기가 강조되는 것은, 그런 주행을 통해 신천 서쪽의 대구 도심을 두 개의 큰 수계로 갈라붙이기 때문이다. 산줄기 동쪽 물은 신천 혹은 금호강으로 흐르는 반면, 서쪽 물은 대부분 대명천으로 모여 낙동강으로 바로 흘러드는 것이다. 앞산 큰골서 출발해 안지랑네거리∼남대구등기소∼성당못 밑∼본리동∼고속도로를 거친 뒤 성서 장기동을 지나 성서공단을 가로질러 흐르는 게 대명천이다. 남구 및 달서구 상당 지역과, 이현공단, 성서공단 등에서 배출되는 물을 모두 받아내는 하천이다. 대구로선 매우 중요한 물길이다.
그러나 이 대명천 수질은 남 볼까봐 두렵도록 엉망진창이다. 한때 대구 오염의 상징이었던 신천이나 금호강 모습보다 더 심각하다. 큰골에서 본리동 사이 구간은 복개돼 실상이 숨겨졌지만, 고속도로 장기동 지점 이하 구간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시커먼 물은 유출된 원유 같고 곳곳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1970년대 대구 공단지구 샛강 모습 꼭 그대로다.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금호강이나 1급수를 흘리려는 신천과는 천양지차다.
하나 알고 보면 사실 신천보다는 대명천이 대구 하수 관리 수준을 더 사실에 가깝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겉으로는 번드르르하나 속으론 빗물과 오수 분리 수로조차 갖추지 못해, 기존 하천을 폐수천 겸용으로 쓰는 게 그것이다. 평상시는 하수만 흐르니 그렁저렁 모아 처리할 수 있지만, 비가 와 수량이 불어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빗물까지 모두 흡입해 처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대명천에 오수만 별도로 모아 흐르게 하는 관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썩은 바닥 흙을 퍼내고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고도 한다. 대명천뿐 아니라 다른 시가지 샛강들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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