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법 '열공'하는 25평 작은 방

국회의원 299명의 '개인 사무실' 의원회관

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밤샘을 하는 숙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7명의 보좌진이 함께 일하기에는 지금의 의원회관은 다소 비좁다.
의원회관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밤샘을 하는 숙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7명의 보좌진이 함께 일하기에는 지금의 의원회관은 다소 비좁다.

국회 의원회관(議員會館)은 299명 국회의원들을 위한 오피스 빌딩이다. 국회 정문에 들어서면 푸른색 돔으로 덮힌 국회 본관을 바라보고 왼편에 있는 흰색 건물이다. 이곳에서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업무보고를 받고 입법 자료를 만든다.

◆들어가보면=일반인이 중앙 자동문을 통해 들어가려다가는 국회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의원 전용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물론 의원 보좌진들도 왼쪽 회전문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일반인은 지하 1층이나 1층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할 곳을 밝혀야 확인을 거쳐 방문증을 발급받는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었으나 참여정부 시절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며 없앴다.

의원 개개인의 사무실이 널따랗고 화려할 것으로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지상 2~8층에 배치된 사무실은 1실 면적이 82.6㎡ 남짓하다. 그나마 3분의 1가량은 의원이 쓰고, 나머지 공간을 보좌관 2명, 비서관 1명, 여비서 1명, 인턴 직원 등 6, 7명이 사용한다. 손님이 방문해도 앉을 자리조차 변변찮다. 게다가 의원 사무실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관계자, 언론인, 각종 민원인이 쉼없이 드나들어 큰맘먹고 방문했으나 선 채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서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그 좁은 공간이 법을 만들고, 정부 부처를 견제하고, 선거 기획으로 총선과 대선 전략까지 짜는 현장이다.

누가 실세(實勢)인지는 의원회관 분위기를 보면 금방 안다. 진짜 실세는 의원회관에서 좀체 만나기 힘들다.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정조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당사와 국회 본관에 방이 따로 있어 의원회관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이상득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 실력자(?)들의 방은 손님들로 넘친다. 그래서 이들 의원들은 의원회관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애용한다. 지난 정권 땐 민주당 의원 방이 소란했고, 지금은 한나라당 의원 방이 붐빈다.

◆변천사=의원회관은 제헌국회 이래 지금까지 의사당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1948년 제헌국회의 중앙청 의사당에 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구 부산 등지를 전전했다. 대구 문화극장, 부산 부산극장, 경남도청 내 무덕전 등이 의원회관으로 사용됐다. 종전 후에는 서울 태평로 시민회관 별관(현 서울시의회 건물)에 의사당과 함께 있었다.

1960년대 후반 들어 의사당이 좁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국회는 새로운 부지 물색에 들어갔다. 남산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국회가 청와대를 내려다보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권력 핵심부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그때까지의 의원회관은 국회의원들의 사랑방 수준이었다.

1975년 여의도로 국회의사당을 이전하면서 제법 그럴싸한 의원회관 시대가 왔다. 지금의 의원회관은 1989년에 건립됐다. 5만7천197m²의 지하 2층, 지상 8층으로 의원 개인사무실 344실과 450석 규모의 대회의실 및 소회의실 등이 있다.

◆다용도실=의원회관은 사무만 보는 곳이 아니다. 의원·보좌진들이 피곤할 때 쉬는 쉼터다. 밤샘 작업이 불가피한 정기국회 국정감사 동안에는 아예 숙소로 바뀌기도 한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의원회관에 간이침대를 두고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조(구미갑) 의원실과 송영선(비례대표) 친박연대 의원실에는 취사 도구와 밑반찬까지 갖춰져 있다.

의원회관이 문화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대회의실에서는 심심찮게 영화가 상영된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 저녁 '국회 가족극장'을 마련해 신작 영화를 상영한다. 일반인도 입장권을 구하면 무료다. 의원회관 곳곳에는 정양사망 금강산(강요배), 산수화(고희동), 만추(김기창)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 수십점도 전시돼 있어 미술관이 따로 없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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