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를 키워준 '키다리 아저씨' 보고싶었습니다"

엄복득 장학복지기금 2009년 하반기 장학금 전달식 및 장학생 교류연수가 21일 대구 동구 팔공산맥섬석 유스호스텔에서 열려 참가 장학생들이 활동보고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엄복득 장학복지기금 2009년 하반기 장학금 전달식 및 장학생 교류연수가 21일 대구 동구 팔공산맥섬석 유스호스텔에서 열려 참가 장학생들이 활동보고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며칠 동안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지역의 한 대학에서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박모(21)씨는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마음속으로만 아련히 그려왔던 '키다리 아저씨'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대학 캠퍼스의 낭만은 사치라고 여겨왔는데 어느 순간 찾아온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내게도 대학 생활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고 했다.

20일 오후 7시쯤 대구 동구 팔공산맥섬석 유스호스텔에는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엄복득 장학복지기금'의 도움을 받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교류 연수회가 열린 것. 특히 학생들이 마음속으로만 그렸던 장학금 기탁자 '키다리 아저씨'가 일본에서 날아와 학생들을 격려하는 자리까지 마련돼 더욱 따뜻한 밤이 됐다.

학생들 사이에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주인공은 '엄복득 장학복지기금'의 기탁자인 경북 문경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 박용진(77)씨. 2001년 모친인 고 엄복득씨의 이름을 따 장학기금을 내놨고 (사)가정복지회가 맡아 운영해오고 있다. 일회성으로 그치는 장학 사업과 달리 선정된 학생들에게 4년 내내 학비와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엄복득 장학복지기금은 현재 4기에 걸쳐 45명에게 도움을 베풀었다. 올해도 10명의 대학생을 새로 뽑아 마음 놓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졸업생들은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경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처음 보는 키다리 아저씨의 등장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만 알고 있던 키다리 아저씨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자꾸 나오고 말문이 막혀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모인 15명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평생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사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 장학생들은 취업과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들을 상담해줬고, 후배들도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 밤 늦은 시간에도 속속 졸업생들이 교류장을 찾아 훈훈함을 더했다. 오후 10시쯤 경기도에서 달려왔다는 졸업생 김모(33)씨는 "키다리 아저씨는 물론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인데 천리길도 마다할 수 없었다"고 했다.

'키다리 아저씨' 박용진씨는 "청소년이 나라의 미래이며, 청소년의 미래는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고향의 젊은 인재들을 돕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