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화 창구 열되 대북 원칙 훼손 말아야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만남은 막힌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협력의 길로 나아가려면 먼저 우리 정부는 일관성과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소통과 단절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해 온 북의 지금껏 행태를 감안할 때 국제사회와 우리가 견지해 온 원칙을 유지하되 차근차근 실천하며 나아가야 한다. 대화는 원칙적으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렇지만 대화 자체를 위해 원칙을 훼손하고서는 지켜지지 않는 공허한 약속만 남게 된다.

북한 조문단은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청와대 면담을 신청, "남과 북이 협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예상 밖의 적극적이고 유화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의 공식적 입장은 바뀐 게 없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뛰쳐나간 6자회담 테이블에 돌아오겠다는 말도 없고 금강산 사건과 연안호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군사적 위협과 적대적 비난을 펴던 북이 왜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배경이 궁금한 실정이다. 북의 태도 변화에 우리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 진전에는 기존 원칙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이 걸린 문제로 적어도 남북 대화의 필요조건이며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일방적 햇볕정책으로는 북을 변화시킬 수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

남북 대화의 창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이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고 외톨이가 될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직접 무릎을 맞대더라도 실천에의 의지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남북 관계의 발전 여부는 얼마나 실천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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