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 술잔에 勸酒歌(권주가) 부른다'는 속담이 있다.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빗댄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病死(병사) 이후 국장을 치르는 동안에 보여준 민주당과 일부 좌파들의 행동이 그렇다. 당 대변인이란 사람이 '국장이 진행되는 데도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의 방송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는 건 문제'라며 TV 오락 프로그램 방영이 장례의 경건함과 엄숙함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투의 주장을 했다.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서는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고 했던 고인의 정치적 발언 장면을 동영상으로 계속 틀어 댔다. 국민 화합에 도움되라며 국장으로 높여 치르게 해준 현직 대통령은 영결식장에서 '위선자'란 욕을 당했다. 때도 장소도 못 가리는 운동권형 妄動(망동)들이 초상집 술잔에 권주가 부른다는 속담을 연상케 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故人(고인)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미 떠난 자에게는 지난날 허물이 떠올라도 애써 잊어주고 덮어주며 서운한 속내는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기억이나 작은 공적도 이왕이면 실제보다 더 칭찬하고 기려주는 것을 미덕으로 알아왔다. 그러한 속 情理(정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안다면 오락성 TV 같은 건 아예 보지도 말고 전 국민이 국장 끝나는 엿새 내내 어둡고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만 짓고 있어야 된다는 식으로 슬픔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
孔子(공자)도 '장례 때의 얼굴빛은 자기의 情(정=고인과의 정리)에 맞게 지녀야 하며 슬퍼함도 자기가 입은 服(복)에 맞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 슬픔과 애도는 국민 각자의 情에 맡길 일이지 추종자들이 국민의 얼굴 표정까지 이렇게 지어라 저렇게 울어라 할 게 아니란 말이다. 모 인터넷언론은 김동길 씨가 DJ를 '멋진 사나이라 했다'고 거짓 보도했다. 성삼문을 두고 한 말을 교묘히 바꿔, 마치 보수인사조차 DJ를 칭찬한 양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 오만스런 억지와 거짓들이 이왕 떠난 사람의 이야기는 덕담으로만 기리자고 말없이 누르고 있던 좋은 마음들을 울컥 건드리게 했다.
國葬(국장) 문제만 해도 애당초 이건 아니다 싶었던 사람들조차 이왕지사 덮고 가려 했던 일이었다. 그런 민심의 물빛도 모르고 초상집 술잔에 권주가 부르는 식으로 겸양도 분별도 없이 설치니, 고인의 명예와 원칙 있는 나라의 앞날을 위하는 뜻에서라도 '성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인이 국장의 대상 자격이 되느냐 모자랐느냐는 평가와 논란들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역사와 국민 각자의 침묵 속 평가에 맡겨질 일이다. 영결식을 치르고 난 이 시점에서 서로가 성찰해 봐야 할 것은 원칙과 겸양, 理性(이성)이다.
고인은 살아생전,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측근을 보내 굳이 국민장으로 치르라고 권유했었다.(5월 24일 DJ의 일기) 왜 그때 국장이 아닌 국민장을 권유했을까? 좋게 추측해 본다면 가족장은 좀 아쉽고, 자신이나 노 전 대통령이나 명색 민중지도자들이었던 만큼, 국민과 나라의 부담을 덜어주는 국민장이 합당하다는 遠慮(원려)에서 권했으리라 믿어진다. 한몸 같다던 직전 대통령에겐 국민장 하라 해놓고 석 달 뒤 자신은 국장하겠달 만큼 몰인격자가 아닌 이상, 마지막 병상에서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도 국장은 사양했을 것이다. 孔子는 또 말씀한다. '슬픈 마음은 부족하면서 禮(예)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차라리 禮에는 부족함이 있더라도 진정으로 슬퍼하는 마음이 큰 것이 더 낫다.'… 스스로 청한 국장의 禮보다는, 유족은 겸양으로 가족장을 제안하고 정부는 국민장으로 높였더라면 禮는 부족해도 국민의 애도는 더 컸을 것이다. 벌써 조문객 수가 노 전 대통령 국민장 때보다 적으니 많으니 민망한 입초사(누리꾼)가 나오는 판이다.
이번 MB의 원칙 없는 국장 선택은 초상집 권주가 같은 분별없는 집단들의 망동과 맞물려, 국민 화합의 효과도 흩트리고, 조촐한 국민장 정도 원했을 고인의 참뜻도 거슬린, 또 한 번의 패착이었다. 이제는 나라의 큰 일마다 서로서로 원칙과 겸양, 이성으로 화합하며 가자. 고인의 뜻도 그것이다.
金 廷 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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