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우'(Chaw)는 내게는 잘 씹히지 않는, 설익은 비빔밥일 뿐이다.
영화소개란에 적혀 있는 '모험, 스릴러, 공포, 코미디'라는 문구처럼, 넘치는 비빔 재료 더미에 치여서 정작 밥 알갱이가 입안에서 서걱거리면서 맴돌기만 한다. 아둔한 기억력으로 더듬어 보아도 비빔 재료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함께 비벼지지 않고, 자꾸만 제각각 겉돌고만 있다는 것이다. 대박 터뜨리기에 눈이 먼 '묻지 마!' 개발업자와 마을 이장, 그리고 '공권력의 권위'를 입에 달고 사는 촌동네 파출소장이 빚어내는 요지경으로 깔아놓은 밑반찬이야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에 뒤질세라 만년 따라지 인생을 한 방에 역전시켜 줄 특진과 특종에 목을 매단 남녀 주인공이 뜬금없이 정의의 투사로 돌변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비빔판이 펼쳐진다. 애초에 불타던 복수심과 공명심은 온데간데없이 그만 멍해져 버린 두 포수야 또 그렇다 치더라도, 끼일 데를 몰라 헤매고 있는 감초역의 형사님 처지 또한 피차간에 딱하기만 하다. 일껏 '스릴' 넘치는 추격판이 벌어지다가, 정작 선불 맞은 멧돼지 앞에서는 마냥 '공포'의 도가니와 '코미디'의 난장판으로 도망가기에 똥줄이 빠지는, 참 이상한 숨바꼭질이다. 그 와중에 치매 걸린 노인네와 정신 나간 여인네의 엇박자 추임새가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고, 뜬금없는 아동 학대와 뺑소니 사고까지 맛보기 양념으로 곁들여진 종합세트 앞에서, 그만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숟가락을 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웃으면서 넘기기에는 넘쳐나는 양념들로 목이 메고, 뭐라도 음미하면서 삼키기에는 생쌀이라도 씹는 양 당최 입안만 깔깔하다.
양념이 지나쳐서 음식 본래 맛까지 버리는 일이 비단 영화 속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게다. 간혹 온갖 영양제와 건강식에다 듣도 보도 못한 신비의 명약까지 늘어놓으시는 분이 있다. 대대로 전해오는 집안의 비방이라도 일러주듯이 자랑스럽게, 혹은 천기누설이라도 하는 양 목소리까지 낮추어 가면서 말이다. 간만에 은근한 목소리로 공자님 가라사대나 한 자락 읊조릴 수밖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아니 더 못할 경우가 많다. 채우는 만큼 비워내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 상식이고, 비운 만큼만 채우는 게 의학적으로도 상책이다. 나아가 고여서 썩거나 넘쳐서 탈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이웃들과 더불어 나누는 것이, 몸의 건강과 맘의 평화가 함께하는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눙치고는 한다. 믿거나 말거나, 혹은 웃거나 말거나 간에.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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