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교육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신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책이다. 이런 여건에서 좋은 지능은 누구 없이 간절히 소원하는, 타고나는 자산이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이 출세의 왕도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좋은 지능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선행조건이고,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능이란 무엇일까? 20세기 초에 지능검사를 개발한 프랑스의 비네는 판단하고, 이해하고, 추론하는 전반적인 능력을 지능이라고 정의했다. 신경정신과 의사였던 야스퍼스는 젊은 시절에 쓴 역사에 남을 역저 '일반 정신병리학'에서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적응을 잘하도록 해주는 능력의 총합을 지능으로 불렀다.
쉽게 이해될 것 같은 지능도 막상 이렇게 따지고 들면 참 까다로운 개념이다. 이런 판국에 지능에 대해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가 보기에 하워드 가드너의 이론이 아주 그럴듯하다. 그는 지능에 대한 종래의 생각에 크게 반발하고 언어 지능, 음악 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 지능, 신체 지능, 대인관계 지능, 내면 지능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누었다. 각 부문의 지능이 탁월했던 사람으로는 엘리엇,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이클 조단, 간디, 마틴 루터를 들었다. 특정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해 특수한 교육을 시키는 제도가 바로 이 이론을 이용한 것이다. 어느 한쪽이 좀 처지더라도 다른 쪽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런 사람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서 대접받아야 한다. 역사는 이런저런 분야에 각기 다른 지능을 지닌 갑남을녀들이 함께 어울려 연주하는 교향곡이기 때문이다.
지능을 인종 차별 또는 저의가 의심되는 우생학의 수단으로 쓰인 적이 있었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인은 동남부유럽인보다, 동남부유럽인은 북부유럽인보다 지능이 낮다는 이유로 이탈리아인들의 이민을 억제한 적이 있었다. "생물학적인 법칙에 따르면, 북부유럽인이 다른 종족과 섞이게 되면 퇴보할 테니까." 당시 쿨리지 대통령이 이민법에 서명하면서 한 말이다. 1990년대 중반에 출판되어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벨 커브'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지능이 백인들보다 약간 더 높았다. 그렇다면 인종의 용광로란 평판을 듣는 미국이 앞으로는 백인 이민을 억제하고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장려해야 할까?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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